현대자동차 서울 양재동 본사 /뉴스1 © News1
일본 자동차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전기자동차를 앞세운 현대자동차와 중국 자동차 기업이 진출해 일본 브랜드가 위협받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현대차는 동남아시아 양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에 1700억 엔(약 1조7700억 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위치는 수도 자카르타 근교다. 신설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15만 대로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53만 대)의 약 30%에 이른다. 연내 가솔린차 생산을 시작하고 2022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판매 대수 기준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점유율이 96.8%에 이른다. 도요타자동차가 30.3%, 다이하쓰공업이 17.1%, 혼다가 13.8%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차 업계는 1960년대부터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건설하며 진출했는데 대부분 가솔린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에 소극적이다. 2013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행한 소형 친환경차 진흥책의 지원을 받아 이미 가솔린차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마쳤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들이 전기차 투자경쟁에서 밀리면 과거 가전제품과 휴대전화에서 시장을 잃은 것처럼 자동차 시장도 한국, 중국 업체에 빼앗기기 쉽다”고 전했다.
경차에 주력하는 스즈키와 다이하쓰공업은 21일 도요타 등이 설립한 공동출자회사에 자금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각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동화와 자동운전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 같은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연합 움직임도 동남아 시장 수성 전략의 하나로 풀이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