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만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22일 오후 3시 광주시장애인국민체육센터 3층 중회의실. 브로드피크(해발 8047m)에서 실종된 ‘열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부인은 “남편은 지금까지 원정에서도 숱한 난관을 이겨낸 강한 사람입니다. 마지막 통화에서도 의식이 명확했고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까지 현지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작업을 못했으나 오늘 오후부터 날씨가 좋아져 구조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여기 있는 건 수습이 아닌 구조 요청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제발 부탁드립니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호소했다. 그는 “현지에서 구조대원, 헬기 등 구조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런데 헬기가 중국 땅을 넘을 수 있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 오늘이라도 헬기가 중국 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도 호소했다.
피길연 광주시산악연맹 회장은 “외교부, 베이징 대사관, 파키스탄 대사관이 21일에도 영상회의를 했다”며 “23일부터는 기상여건이 좋아져 헬기가 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헬기가 김 대장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쪽 지역에서도 활동할 수있도록 중국 측의 승인절차가 끝나는 대로 수색이 진행될 예정이다.
광주시산악연맹은 “중국 정부 승인이 나면 한국구조대를 실은 헬기 2대가 김홍빈 대장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땅으로 가 구조작업을 할수 있다”며 “23일 중국땅을 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김홍빈 씨의 수색을 위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수색작업에 나설 것”이라며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수색을 못하다가 본격적인 수색작업에 나섰다. 헬기 2대가 5명의 구조대원과 장비를 싣고 4600m의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한편 파키스탄 현지 베이스캠프에는 한국, 러시아, 이탈리아, 폴란드 등의 전문 산악인 10명과 고산 지역 포터, 헬기 2대가 김홍빈 대장 구조작업을 위해 대기 중이다. 여기에 김미곤 박신영 장병호 등 브로드피크 등반경험이 있는 대원 3명이 국내에서 추가로 파견된다.
김홍빈 대장과 5분간 마지막 위성전화 통화를 했던 후배 등산인 조벽래 씨는 김 대장이 19일 오전 5시 55분 위성전화를 걸었을 때 자신의 위치와 필요한 도구 등을 정확히 인식하는 등 의식이 명확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 대장은 “밤을 새웠고 올라가려면 등강기 2개가 필요하다. 위성전화 배터리는 충분하다. 포터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으니 한국 대원이 오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조 씨는 김 대장이 등강기 2개를 가져오라고 요청한 것은 추락지점이 급경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 씨는 김 대장의 보온장비가 충분하고 식량이 있어 아직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식수는 눈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했다. 조 씨는 현재 서풍이 불고 있는데 동쪽으로 떨어진 김대장 쪽으로 산이 바람을 막아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씨는 “시간과의 싸움인데 23~24일까지 김 대장이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시간이 갈수록 생존 확률이 낮아지는 만큼 구조작업이 서둘러져야 한다”고 했다. 조 씨는 “김 대장이 더 힘든 상황을 극복한 사례도 있다.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김 대장이 추락한 절벽 좌우 200m반경 이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