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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역습으로 첫승 노린 한국, 그대로 당했다

입력 | 2021-07-22 22:37:00

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 0-1 충격
뉴질랜드에 축구 패배는 처음
EPL소속 우드에 후반 기습골 허용



이 슛이 들어갔더라면…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권창훈(가운데)이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권창훈은 발에 공을 맞히지 못해 득점에는 실패했다. 한국은 이날 뉴질랜드 골문을 12번 두드렸지만 결국 골망을 흔드는 데 실패했다. 한국은 후반 역습 한 방에 골을 내주며 0-1로 져 8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시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최악의 출발이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첫 승 제물로 삼았던 뉴질랜드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한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첫 경기라는 의미도 있었기에 그 결과를 좀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한국은 22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남자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경기를 주도하고도 번번이 골과 인연을 맺지 못하다 뉴질랜드의 역습 한 방에 0-1로 덜미를 잡혔다. 한국은 이날 온두라스의 자책골로 1-0으로 이긴 루마니아와의 2차전(25일)에서 무조건 이겨야 8강 진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청소년, 성인 등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뉴질랜드에 패배한 건 처음이다.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3전 전승을 거뒀으며 A대표팀도 6승 1무,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3승 1무, 17세 이하(U-17) 대표팀은 1무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유효 슈팅 2개 등 총 12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반면 뉴질랜드는 유효 슈팅 1개를 포함해 2개의 슈팅을 기록했을 뿐이다.

김 감독은 “잘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적극적인 모습도 부족했다”며 “상쾌하고, 좋은 기분을 드리려고 했는데 제물이 됐다”고 말했다. 황의조(보르도)는 “첫 경기였기 때문에 감독님 말씀대로 선수들이 경직됐던 것 같다”며 “아직 2경기 남았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는 큰 대회 때마다 첫 경기에서 고전을 했는데 이날도 그랬다. 전반 초반 양 측면으로 공을 돌리며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후 좌우 측면 윙백들의 속도감 있는 공격 가담이 이뤄지지 않아 수비 라인을 재정비한 뉴질랜드에 공격 전개가 완전히 읽혔다. 전반 황의조, 권창훈(수원), 이강인(발렌시아)의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후반 들어서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준비했던 세트피스는 정교함이 떨어져 문전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김 감독은 2선 공격라인 엄원상(광주)-이강인-권창훈 3명을 모두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답답한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31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에서 활약하는 공격수 크리스 우드에게 기습 골을 내줬다. 우드의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뒤 비디오판독(VAR) 끝에 득점으로 인정받았다. 이 골은 뉴질랜드의 이날 유일한 유효 슈팅이었다.

이날 골을 터뜨린 우드는 경기 뒤 이동경(울산)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이동경은 악수를 외면했고, 우드는 머쓱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장면은 매너 논란을 일으켰다.

경기장에는 이바라키현의 초등학교 학생 200여 명이 관중석에서 한국에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바라키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일반 관객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지역 내 학생들은 입장을 시켰다. 이들은 한국 선수들의 이름과 한글로 ‘힘내라’ ‘화이팅’이라고 적은 응원 도구와 태극기를 그린 깃발을 들고 와 경기 내내 흔들었다. 박수에 맞춰 ‘대한민국’을 외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슛이 빗나갈 때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경기 장소인 가시마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제주 서귀포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가시마=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