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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재명의 보편기본소득… 세계 첫 실험대상이 왜 한국인가

입력 | 2021-07-23 00:00:00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2일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정책공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1.7.22/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어제 기본소득 공약 밑그림을 내놨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2023년 청년 700만 명에게 연 100만 원씩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청년 포함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보편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나눠준다는 계획이다. 이후 횟수를 늘려 임기 중 청년에게 연 200만 원, 나머지 국민에게 100만 원을 주겠다고 한다.

계획대로 실행하는 데 2023년에만 19조7500억 원이 필요하고 그 규모는 연 57조 원까지 불어난다. 필요한 재원 중 25조 원은 기존 예산 절감, 물가 상승에 따른 세금 증가분으로 마련하고, 다른 25조 원은 세금 감면을 축소해 만들겠다고 했다. 국토보유세, 탄소세도 신설하겠다고 한다. 기존 복지체계 정비, 통합으로 재원을 마련해 중간 이하 소득층에 나눠 주자는 야권의 기본소득 방안들과 달리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걷어 나눠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의 현실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출할 곳이 대부분 정해져 있는 정부 예산은 1조∼2조 원 줄이기가 쉽지 않다. 올해 세수가 30조 원 넘게 증가한 건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 부동산세 증가 등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조세 감면 축소도 마찬가지다. 신용·체크카드 소득공제는 축소도 어렵고 줄여서 나눠 줘봐야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다. 기업 연구개발·시설투자 세액공제는 각국의 반도체, 배터리 산업 유치 경쟁으로 오히려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보유세는 조세 저항으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같은 당 대선주자 박용진 의원이 이 지사의 재원 마련 방안을 “무협지 수준의 이야기”로 평가한 게 이래서다.

재원 확보가 어려운데 임기 말엔 올해 본예산(558조 원)의 10%가 넘는 돈을 써야 한다. 이렇게 나눠 주는 금액이 청년 월 10만4000∼16만6000원, 그 외 국민 2만1000∼8만3000원이다. 고소득, 중산층에 주는 대신 저소득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대선에 도전하는 후보가 사회 양극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핀란드, 미국 캘리포니아주 도시들이 특정 계층, 지역 대상 실험을 하고도 기본소득을 본격 도입하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다. 노동 의욕 제고 등 기대한 효과는 불확실한데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런 정책을 전 국민 대상으로 실험하는 첫 번째 나라가 돼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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