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엘베이커, 1920년 은메달 1차 세계대전 구조대 조직 주역 전후 국제연맹 설립에 힘 보태 195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1920 올림픽 육상 남자 1500m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필립 노엘베이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
‘인류 평화의 제전.’ 올림픽에는 흔히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여름 올림픽에 한 번이라도 참가한 선수 1만1169명 가운데 이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 선수는 단연 필립 노엘베이커(1889∼1982·사진)라고 할 수 있다.
1912 스톡홀름 대회 때 영국 대표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노엘베이커는 8년 뒤 열린 1920 안트베르펜 올림픽 남자 육상 1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다. 노엘베이커가 1916년 대회를 건너뛴 건 베를린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 대회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취소됐기 때문이다.
노엘베이커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위생병 조직 ‘친구들의 긴급 구조대(Friends‘ Ambulance Unit)’를 만들어 전선으로 뛰어들었으며 이 공로로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선수 은퇴 후에는 유엔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 설립에 힘을 보태면서 사무총장 비서로 활동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책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통해 “맥도널드가 진출해 있는 나라끼리는 서로 전쟁을 벌인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올림픽에 출전해 본 나라끼리도 전쟁을 하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꿔 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