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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집회 막아주세요” 엄마들이 나섰다

입력 | 2021-07-23 03:00:00

[코로나 4차 유행]원주서 오늘 792명 집회 신고
“아이들은 놀이터도 못 가는데” 엄마들, 감염 걱정에 반대 서명
원주시 “2인이상 모든 집회 금지”… 민노총측 “일방 통보” 강행 태세



20일 강원 원주시의 한 거리에서 한 40대 주부(오른쪽)가 시민에게 23일 예정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의 대규모 집회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고 있다. 독자 제공


“우리 아이들은 집 앞 놀이터도 겁나서 못 나가요. 엄마들은 아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1년 반 넘게 외출을 참았어요. 근데 1000명이 모이는 집회를 여기서 한다면 그런 희생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닌가요.”

21일 오후 강원 원주경찰서에 “아이 엄마”라고 밝힌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 왔다. 이 여성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23일 원주시 반곡동에서 열기로 한 대규모 집회를 꼭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일주일간 하루 수십 통씩 이런 민원 전화가 원주경찰서로 쏟아지고 있다.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1000명가량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건보공단 청사는 약 1700가구가 거주하는 대단지 아파트 두 곳과 직선거리로 200m 떨어져 있다. 영유아인 두 자녀를 키우는 정모 씨(34)는 동네 엄마들과 함께 경찰과 시에 집회 금지 민원을 넣고 있다. 정 씨 등은 아파트 앞에서 21일까지 시민 1500여 명의 집회 반대 서명을 받았다.

원주시에서는 21일 13명의 확진자가 나온 데 이어 22일에도 오후 2시까지 17명이 확진되는 등 확산세가 커지고 있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22일 “23일부터 집회에 한해 가장 강력한 ‘4단계 거리 두기’ 방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기존 2단계에서 3단계로 한 단계 격상한 반면 집회에 대해선 두 단계를 한 번에 올려 23일 0시부터 2인 이상 집회를 모두 금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즉각 “권리 침해”라며 반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집회는 건강보험공단이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개최하는 것”이라며 “원주시는 근거도 없이 집회 금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국민의 집회를 할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공운수노조는 현재까지 원주시 일대 8곳에 99명씩 인원을 쪼개 총 792명이 모이겠다고 집회 신고를 했다. 강원경찰청은 “집회 금지 명령에도 불법 집회를 개최한다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상인들 “매출 반토막인데 민노총 집회 열불 나”
원주 엄마들 “집회 막아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식당 매출이 반 토막 났습니다. 이 상황에서 집회까지 한다니까 속에서 열불이 나요. 장사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것도 아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가 23일 강원 원주시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원주시민 반응은 대부분 싸늘하다. 특히 원주혁신도시 주변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희철 씨(51)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노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시민들의 삶을 이렇게까지 힘들게 해도 되는 거냐. 자영업자의 가슴은 타들어간다”고 했다.

정 씨는 원주혁신도시상인회와 함께 17일부터 ‘민노총 집회 반대’ 서명을 받았다. 정 씨는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데 특정 노조만 무리하게 집회를 강행하려는 건 민주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상인회는 22일 오후 2시 30분경 직접 원주시청을 찾아 시민들에게 받은 서명 자료를 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집회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노총은 21일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499명 규모의 집회를 강행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22일 “지금 상황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추가 전파 위험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집회가 진행될 경우 준비 과정과 집회 이후 모임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14일 4단계 거리 두기 격상에 반발하며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심야 차량 시위에 나섰던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중 일부인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등 13개 단체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집회를 강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분간 집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원주=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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