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세상은 공정하다. 다양한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현실과는 달리, 게임 속 세상에서는 오직 실력만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모두(사용자)가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자원으로 시작한다. 어떻게 잘 운용하고,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대한 능력만 보는 곳. 그만큼 게임은 완전한 실력 중심의 세상이라 매력적이다.
그래서 게임의 전제 조건이자 기본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한다면 문제로 이어진다. 올 초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이러한 경우다. 희귀 아이템에 대한 불투명한 운영방법에 대해 의혹이 발생했고, 이는 곧 게임 내 공정성 침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또한, 실력만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게임 세상에서 대가를 지불하고 타인이 대신 평가를 받아주는 대리게임도, 공정성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힌다.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회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게임으로나마 스트레스를 풀던 이들이 게임에서조차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게임에 대한 불신도 커져만 가고 있다.
넥슨을 상대로 트럭 시위를 벌인 사용자들, 출처: 트위터 갈무리
자율규제 모니터링 결과 보고(2020년 12월 기준), 출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출처: 유튜브
게임업계도 현 상황을 타개하고 게이머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최근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올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해당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개선 방안에 집중하고, 게임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초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후 관련 규제 법안을 발의하는 등 법제화도 추진 중이다. 대리게임 처벌법은 시행 이후 많은 처벌 사례를 통해 실효성을 입증했으며, 해당 전적이 있는 e스포츠 선수 활동을 제한하는 등 게임 문화 개선에 일조하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발표한 ‘규제챌린지’ 15개 과제에 게임 셧다운 제도 개선을 포함하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술을 활용해 게임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개발한 게임 아이템은 거래 기록을 모두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어 게임사가 아이템 정보를 누락, 은폐할 수 없게 한다. NFT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관련 시장의 성장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출처: 셔터스톡
게임의 근간은 사용자 즉, 게이머다. 업계의 성장, 지속가능 여부 또한 게이머에게 달렸다. 이러한 측면에서 업계에게 공정성 회복을 통한 게이머의 신뢰 확보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미 발생한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개선 방안을 제시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게임업계, 이해관계자, 정부 등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국내 게임업계의 앞날은 더욱 밝아질 것이다.
HP코리아 소병홍 상무, 출처: HP코리아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