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세월호 단체들 “오세훈, 광화문 기억공간 철거 안된다”

입력 | 2021-07-23 15:38:00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따른 서울시 조치
유족 측, "기억공간 관련 협의체 구성해야"
철거 중지 요구하는 공동성명서 제출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족들이 이달 26일로 예정된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4월16일약속국민연대(4·16연대) 등 세월호 관련 단체들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그대로 두고, 오세훈 시장은 세월호 가족들 및 시민을 만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1인 기자회견 형식으로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기억을 금지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세월호 기억공간은 기억을 통해 그 무참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강력히 희망하는 공간이다. 기억공간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4·16연대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위한 단계별 공사진행 계획으로 인해 지난해 7월 서울시로부터 세월호 기억공간을 이전해달라고 요청 받았다.

당시 단체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엔 기억 공간을 이전할 수 있지만 공사가 끝난 뒤엔 광화문 광장에 다시 안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했지만 ‘공사 이후 기억공간을 존치할 수 없고, 철거도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공사기간 중 기억공간 철거는 처음부터 약속했던 것이라는 입장이며, 이날 오전까지 철거 방침에 변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식수 또는 표지석 설치에 대해선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밝힌 철거 시작 날짜는 오는 26일이다.

오 시장 역시 최근 일부 유가족을 만나 철거 방침을 재확인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일부 유가족과 오 시장 간의 비공개 면담이 이뤄졌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마음이 아프지만 공무원으로서 행정적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기존 서울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약속했던 것은 기억공간 철거가 아니라 ‘공사 후 기억공간을 어떠한 형태와 방식으로 설치해 운영할지 계속 논의하는 것’”이었다며 “세월호참사 기억공간을 새로운 광화문광장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오 시장은 공무원으로서 행정적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시장은 정무직 공무원”이라며 “시장은 시장만이 할 수 있는 정무적 판단을 적재적소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 후 서울시에 기억공간 철거 중지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성명은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2680개의 단체 및 개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겠다는 뜻을 지닌 ‘기억·안전전시공간’은 2019년 4월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관했다. 전체 공간과 콘텐츠는 세월호 기억·사회적 재난에 대한 시민 안전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체험과 시민참여형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운영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