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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유사 성매매’ 용도땐 수입 못한다”…첫 판결

입력 | 2021-07-23 18:22:00

대법, 2019년 '리얼돌' 수입보류 취소 판결
이후에도 세관 수입보류하자 소송 이어져
"사람 존업성 훼손아냐" 수입 허가 판결들
법원 "풍속 해칠 우려 인정되면 통관 보류"
세관서 특별조사 별도안해 판결은 원고승




 ‘리얼돌(성인 여성 신체와 비슷하게 만든 성인용품)’ 수입을 허용한다는 기존 판결들과 달리, 유사 성매매업소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사정이 드러나면 통관보류 처분 대상이 된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는 23일 리얼돌 수입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5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래의 판결들과 달리 리얼돌 수입이 통관보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최초로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들에서는 김포공항세관이 통관 이후 리얼돌의 사용처를 제대로 조사한 바 없어 통관보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사는 지난해 1월 성인 여성 전신과 비슷한 모양의 인형인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김포공항세관에 수입신고를 했다.하지만 김포공항세관은 같은해 2월 ‘풍속을 해치는 물건’이라며 관세법에 따라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했다.

이에 불복한 A사는 관세청에 이 사건 처분 취소를 구하면서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심사청구를 했으나, 관세청은 이로부터 90일의 결정기간이 지나도록 청구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A사는 “이 사건 물품은 실제 신체의 형상과 다르고 세세한 특징이 표현되지 않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며 “기존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에도 반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한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제작 리얼돌의 상용화를 사실상 허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법원 판결 후 실제 하급심에서는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수 없다”며 수입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단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리얼돌이 ‘풍속을 해칠 우려’가 인정된다면 통관보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리얼돌의 모사 정도나 재현 수위에 비춰 향후 사용되는 상황이나 그 사용 방법 및 양태에 따라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서 리얼돌을 ‘성기구’로 은밀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두고 풍속을 해한다고 봐 국가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지만, 교육환경보호법 등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이런 행위를 절대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리얼돌 체험방’의 업태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구체적 근거가 있다면, 통관 보류 사유로서의 ‘풍속을 해칠 우려’가 인정된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세관장으로서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풍속을 해칠 우려가 실제로 인정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잠정적인 통관 보류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풍속을 해할 우려가 있는지 애매한 경우에도 오히려 통관 이후 리얼돌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해야 하고, ‘국민보건에 대한 위해 우려’라는 관점에서도 문제점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포공항세관으로서는 이 사건 물품 사용처나 유통과정 등에 조사해 풍속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구체적 근거가 인정되는지를 확인했어야 함에도 특별한 조사를 했다는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봤다.

나아가 “김포공항세관의 이 사건 처분은 풍속을 해칠 우려 등의 확인이나 조사를 위한 단기의 보류 기간을 부가하는 등 최소 침익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만연히 이뤄진 것”이라며 “처분의 실체적 하자를 인정할 수 있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