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되고있다. 2021.07.23.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홍진환 기자
● 차분하게 막을 올린 첫 무관중 올림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날 행사는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6만8000석 규모의 스타디움에는 각국 선수단, 귀빈, 미디어 관계자 등 950여 명만 참석했다.
개회식은 총 9개 소주제로 ‘감동으로 하나 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슬로건을 표현했다. 나루히토 일왕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입장한 가운데 일본 국기 게양과 일본 국가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이 진행됐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는 일본의 톱 가수인 미샤가 불렀다. 1824대의 드론 불빛이 허공에서 도쿄 올림픽 엠블럼과 지구를 형상화하기도 했다.
이날 개회식 공연들은 과거 올림픽과 같은 흥겨움보다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전 세계적 위기감을 보여주듯 ‘하나’ ‘지속’ ‘유산’ 등을 주제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동안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올림픽 기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관중과 호흡을 기대하기 힘들어 리허설을 보는 듯한 장면도 많았다. 황승경 공연평론가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고통 받는 시기, 공존이라는 가치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성화 최종 점화자는 오사카 나오미
감동으로 하나되다(United by Emotion)라는 슬로건을 내건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이 23일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려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다. 2021.07.23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홍진환 기자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로 관심을 모았던 마지막 성화 봉송 및 최종 점화는 일본의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가 했다.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인 오사카는 2018년과 2020년 US오픈, 2019년과 올해 호주오픈 등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4차례 우승을 거머쥔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다. 오사카는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다양성, 조화의 가치를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 성화가 타올랐어도 여전한 반대 여론
23일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의 관중석이 텅비어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예정보다 1년 늦게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는 IOC 관계자, 외교사절 등 950여 명만 자리를 지켰다. 2021.07.23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홍진환 기자
이번 개회식은 도쿄의 우려스러운 상황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행사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여주기에는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한계가 명확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날 도쿄 올림픽을 1920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는 중에 열린 벨기에 안트베르펜 올림픽에 비교하며 “세계적인 대유행 속에 파티를 열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여태 본 적이 없는(like no other) 개회식’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개회식 직전 올림픽스타디움 내부를 둘러본 뒤 “정말 아무것도 없다”며 “(관중이 없어) 보안요원들이 지루한 표정으로 걸어 다니고, 6만 관중이 입장했어야 할 회전문은 꿈쩍도 안 했다”고 전했다.
● 일본 언론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홍진환 기자
일본 주요 신문은 23일 올림픽 개막을 놓고 일제히 의견이 나뉘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 도쿄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은 사설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반면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 우익 성향 매체들은 대회 개최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사히는 이번 올림픽을 “분열과 불신 속에서 막을 여는, 이례적이고 이상한 올림픽”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은 복잡한 여운 속에 17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