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크 세계유산위원회가 22일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노역과 인권침해를 알리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일본 정부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일본이 2015년 군함도(하시마탄광) 등 근대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강제동원 사실을 기록하고 희생자를 기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부끄러운 과거를 부인하는 주장만 늘어놓자 국제사회가 제동을 걸고 시정을 촉구한 것이다.
일본의 과거사 감추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유네스코 결정문은 국제사회와의 약속까지 위반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덮으려는 일본의 뻔뻔한 행태를 거듭 확인시켜 준다. 그런데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런 국제사회 경고에 대한 일본 측의 반응이다. 일본 외무성은 열흘 전 결정문 초안이 나오자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성실히 이행해왔다”고 주장했고, 결정문이 정식 채택된 뒤에도 거듭 같은 반응을 내놨다고 한다.
일본은 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 때만 해도 한국인 등의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며 제대로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네스코 등재 성공 이후 태도를 확 바꿨다. 지난해 문을 연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메이지시대 산업화의 성과를 미화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운 채 강제 징용도, 가혹한 노동도, 조선인 차별도 없었다는 거짓 증언만 포함시켰다. 등재 당시의 약속은 한낱 속임수에 불과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