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위해 여성 경제활동 지원 나선 日 모성 보호 외면에 출산·육아 기피 늘어 韓 30대 여성 고용률, 20년간 제자리 여가부 존폐 논란 앞서 모성 배려책 논의해야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여성의 활약, 보이는가”는 일본 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男女共同參畵局)이 개설한 웹사이트 이름이다. 일본의 내각부는 한국의 총리실에 해당하고 산하의 남녀공동참획국은 여성가족부와 유사한 조직이다.
이름만 보면 여성의 활약을 보여주는 사이트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본 사회 많은 분야에서 여성이 여전히 주변인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일본 국회(하원)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9.9%에 불과하다. 한국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 19%보다도 한참 낮다. 대부분의 선진국 의회에서 여성은 적어도 30%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갈 길이 멀지만 일본은 더 멀어 보인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을 보면 일본의 상황이 한국보다 낫다. 일본 상장기업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은 2006년 1.2%에서 2020년 6.2%로 올랐다. 한국은 그보다 조금 낮은 4.2%에 머물러 있다. 여성의 고용률(취업자를 인구로 나눈 값) 역시 65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일본이 더 높은 수치를 보인다.
한국의 2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70%로 남성 고용률보다 조금 높지만 3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58%로 남성 고용률보다 33%포인트나 낮다. 그리고 40대 후반이 되면 68%로 다시 높아진다. 전형적인 M자형 고용률이다. 일본에서도 M자형 커브가 보이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2000년 일본의 3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59%였지만 2020년에는 74%까지 상승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년간 거의 변화가 없다. 북유럽과 독일, 프랑스에서는 30대가 돼도 여성의 고용률이 떨어지지 않는다. 모두 모성 보호에 적극적인 나라들이고 출산율이 회복된 나라들이다.
일본 경제에 대해 토론하던 수업에서 낮은 출산율 문제가 부각된 적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 학생들은 남녀 공히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부모가 되는 것에 자신이 없다고 하는 데 반해 북유럽에서 온 여학생은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둘이었으면 좋겠다는 그 학생은 한 번은 엄마가, 다른 한 번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면 된다고 했다.
최근 여성가족부의 존폐가 한국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모성이 얼마나 잘 보호되고 있는지, 어떤 정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고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에 대해서는 토론이 전무하다. 임신한 여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배려도 많이 부족한 느낌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가끔 유모차를 보는데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에서 유모차를 보기 어렵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민폐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일본에서는 점진적으로 회복되던 출산율이 다시 1.4 이하로 떨어지자 난리법석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1.0을 하회하고 있다. 모성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여성의 활약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