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서 국장이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 포즈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주연서 INWA 코리아 사무국장(49)은 모델 출신 노르딕워킹 전도사다. 어려서부터 모델 활동을 했고, 사업을 하다 몸 상태가 나빠졌다. 노르딕워킹을 알게 되면서 푹 빠져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7년 전이었어요. 모델 에이전시 사업을 하는데 한 노르딕워킹 브랜드에 모델을 소개해 달라고 해서 일하다 노르딕워킹을 접했어요. 30대 전후 직장인들을 포커스해서 마케팅 기획하는 것이었습니다. 후배 모델들을 소개해주고 빠지려고 하는데 저도 배워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배웠는데 너무 좋았어요. 저도 운동을 좋아했는데 활동량도 많고 야외를 걷는 것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가 모델을 해서인지 저를 지도해주신 분이 바로 강의를 하라고 했습니다. 당시 전북 전주 공무원연수원에 가서 강의를 했습니다.”
주연서 국장이 북한산 둘레길에서 노르딕워킹의 바른 자세를 시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배우며 강의하고를 반복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노르딕워킹을 생활화했다. 몸도 바뀌었다.
“제가 당시까지 10년 넘게 사업상 출장을 많이 다니다보니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했는데도 몸이 자주 피곤했어요. 병원에 갔더니 갑상선항진증이라고 하더군요. 약을 먹었죠. 허리에 통증도 왔어요. 그런데 노르딕워킹을 하고 1년 뒤 병원에 갔더니 말끔하게 나았다는 겁니다. 저도 놀랐고 의사도 놀랐습니다. 자연 속에서 걷다보니 효과가 배가 된 것 같아요. 그 때부터 약을 끊었습니다.”
체력, 특히 심폐지구력도 좋아졌다. 평소 요가와 수영, 골프, 사이클, 배드민턴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겼던 주 국장은 사업을 하면서는 주로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건강관리를 하고 있었다. 노르딕워킹을 접한 뒤엔 노르딕워킹에 집중하고 있다. 2016년부턴 모든 사업을 접고 INWA 코리아에서 전문 강사로 활약하게 됐다. INWA(International Nordic Walking Federation)는 핀란드에 본부가 있는 국제노르딕워킹협회이다. INWA 코리아는 체계적인 INWA 교육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주 국장은 네덜란드와 핀란드에 가서 전문 강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코로나19 탓에 실내 운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체중이 느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속칭 ‘확찐자’라고…. 그래서 지난해 12월 말 자연 속을 걷고 싶은 사람들을 주축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효과적이라 저도 놀랐습니다.”
주 4회 매회 2시간 정도 함께 노르딕워킹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2시간 함께 걸으면 10km를 넘게 걷는다. 나머지 요일엔 개인적으로 1만보 이상 노르딕워킹을 하면 된다. 노르딕워킹 1만보도 2시간가량 해야 한다.
“104kg의 한 남자분은 이번 달로 7개월째 인데 25kg이 빠졌어요. 첫 3개월에 14kg 감량했죠. 79kg의 여자분은 이제 4개월 차인데 65kg으로 14kg이나 줄었어요.”
주 국장은 “회원들 모두 제대로 잘 먹고 뺀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주로 복부 내장지방, 그리고 피하 지방이 빠진다. 상체의 목, 등, 팔에도 지방이 많은데 노르딕워킹을 하면 그 부분 지방도 잘 빠진다”고 말했다. 25kg을 감량한 남자 회원의 경우 턱선이 두터워 귀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젠 보인다고 했다.
북한산을 중심으로 주 5일 이상, 하루 4시간 이상 노르딕워킹을 하는 게 그녀의 일상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그동안은 노르딕워킹의 기본인 바르게 걷기에 집중했었어요. 이렇게 다이어트에 포커스를 두고 하진 않았는데 이번에 노르딕워킹의 다이어트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노르딕워킹은 노르딕 스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걷기 방법으로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한다. ‘노르드(Nord)’는 ‘북방(北方)’을 뜻하는 말로서, 노르딕 스키는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발달했다. 스칸디나비아의 산지는 알프스 산악지방의 가파른 지형과는 달리 대부분 낮은 언덕과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긴 겨울에 눈이 많이 쌓인 지역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스키가 발달했다. 노르딕 스키는 낮은 언덕과 평지가 대부분인 발원지의 지형 특성이 반영되어 평지와 언덕을 가로질러 긴 코스를 완주하는 거리 경기 등으로 나뉘는데 평지와 언덕을 걷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 노르딕워킹이다. 노르딕워킹은 1990년대 중반 핀란드 등 북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2000년대 초중반 들어와 한 때 반짝 인기를 끌고 일부 마니아층에서 즐기는 운동이 됐다. 최근 바른 자세와 다이어트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연서 국장(왼쪽)이 회원에게 노르딕워킹을 지도하고 있다. INWA 코리아 제공.
주 국장은 INWA의 10단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바른 자세와 바른 보행, 바른 폴 사용법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폴을 잡고 걸으려 하는 순간 가슴이 펴진다. 가슴을 펴지 않으면 폴을 잘 사용할 수 없다. 자세교정에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북목, 굽어진 등 등도 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걸으면서 지도한다. 북한산성 INWA 코리아 옥상이나 주변에서 기본 교육을 한 뒤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
“우리 몸은 큰 근육을 잘 써야 에너지 소비가 잘 됩니다. 걸을 때 허벅지 장딴지가 가동되는데 폴을 잡고 밀면서 걸으면 팔과 어깨 근육은 물론 대흉근과 견갑근, 광배근, 척추기립근 등 상체의 큰 근육도 힘을 쓰게 됩니다. 몸 전체 근육의 90% 이상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가 극대화 됩니다. 다이어트에 좋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3주 이상해야 운동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한달 정도 하면 체중 변화는 크게 없지만 몸이 균형 있게 변합니다.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늘고 지방이 없어집니다. 일종의 몸의 탈바꿈이라고 할까요. 3개월 이상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 최소 하루 60~90분은 해야 합니다.”
주연서 국장이 단체 회원들에게 노르딕워킹을 지도하고 있다. INWA 코리아 제공.
“솔직히 젊은 사람들은 맘만 먹으면 바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지만 갱년기가 지난 여성들은 다이어트가 쉽지 않아요. 호르몬의 영향도 있고, 골격근을 유지하면서 체지방만 빼줘야 합니다. 노르딕워킹이 딱 좋습니다. 우리 회원 중에 교사로 정년퇴직을 한 60대 후반 여성의 경우 노르딕워킹 4개월째인데 63kg에서 56kg으로 7kg을 감량했어요.”
주 국장은 어떨까? 주 5일 이상, 많게는 하루 4시간 이상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그래도 체중 변화는 없다고 했다.
“전 원래 체중이 많이 나가진 않았어요. 오히려 노르딕워킹을 한 뒤 1~2kg이 증가했죠. 체지방이 빠지고 코어 근육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노르딕워킹으로 몸매가 더 좋아졌다는 평을 받아요. 남자나 여자나 노르딕워킹으로 자세를 바르게 잡고 살이 빠지고 몸이 건강해지면 몸매가 정말 아름다워져요.”
주 국장은 어린이부터 대학생까지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노르딕워킹은 잘못된 자세로 몸이 틀어진 학생들을 잡아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세를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노르딕워킹을 하면 통증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걸을 때 무릎, 허리, 고관절 등에 통증이 있는 분들이라면 폴을 집고 걸으면 통증을 완화 시킬 수 있습니다. 폴로 지면을 압박하기 때문에 무게를 분산시켜 줍니다. 자세 고정에 따른 통증완화도 됩니다. 특히 고관절이 틀어져 있는 분들에게 효과적입니다. 물론 아프지 않은 분들은 바른 자세로 쉽게 걸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사려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운동효과를 높이는 노르딕워킹이 최고입니다.”
주 국장은 “유럽에서는 노르딕워킹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치매와 파킨슨병 등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주 국장은 국민대에서 운동처방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체형과 걷는 스타일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딱 맞는 정보를 주려면 더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주 국장은 노르딕워킹이 치매와 파킨슨병 등 예방에도 도움이 돼 노인에게도 좋은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모델과 패션사업은 접었지만 그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즐겁게 살고 있어 삶의 만족도는 훨씬 크다”고 했다. 그는 “100세 시대 이렇게 자연 속에서 노르딕워킹하며 건강하게 살면 이보다 행복한 삶이 어디있나”라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