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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1개, 버디 11개…꿈의 ‘59클럽’ 가입 허윤나[김종석의 TNT타임]

입력 | 2021-07-24 17:35:00

KLPGA 최초 대기록…LPGA에서는 소렌스탐 유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처음으로 59타를 기록한 허윤나가 스코어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KLPGA 제공


‘핫식스’ 이정은(25)은 24일 에비앙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를 쳤다. 남녀 메이저 골프대회를 통틀어 최저타 타이기록이다.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낚아 대회가 열린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골프클럽(파71)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이정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소타 기록도 갖고 있다. 2017년 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12언더파 60타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적었다. 전미정이 제5회 파라다이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때 작성한 종전 기록 11언더파 61타를 14년 만에 1타 줄였다.

최저타 전문으로 불리게 된 이정은 보다 더 뜨거운 선수가 있다. KLPGA에서 처음으로 60타 벽을 허문 허윤나(23·야마하)다.

●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
허윤나는 22일 전북 군산CC(파72)에서 열린 KLPGA 드림투어 시드순위전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11개를 잡아 13언더파 59타를 쳤다. 24일 KLPGA에 따르면 국내 여자 프로 가운데 공식대회에서 60타를 친 선수는 2명 있었다. 정규투어에서 작성한 이정은에 이어 올해 3월 KLPGA 준회원 선발 실기평가 본선에서 당시 아마추어 김태희가 2라운드에서 버디 12개로 12언더파 60타를 쳤다.

1라운드 불꽃타에 힘입어 이번 대회에서 4위로 합격증을 받은 허윤나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몸 컨디션이 좋다거나 플레이를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며 “아주 평범하고 평온한 하루를 시작했는데 초반 3홀에서 버디 3개를 기록해 마음이 편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전반 9개 홀에서 이미 7언더파를 몰아친 그는 “후반 들어서도 좋은 결과를 생각하면서 과정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처음으로 59타를 기록한 허윤나. 야마하 골프 제공



● 골프 인생 새로운 전환점 기대

KLPGA에서 처음으로 59타를 기록한 허윤나. 야마하골프 제공

어릴 때부터 단거리 달리기 등 운동을 좋아했던 허윤나는 천안 불당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린과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을 간 뒤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재미가 없었는데 코스를 돌아보니 공이 앞으로 나가는 걸 보면서 신기했고 재미를 느꼈다”

선수 생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자신에 처음 골프채를 쥐게 한 아버지와 얽힌 일화다. 중학교 때 출전한 대회에서 성적이 너무 나빴는데 경기 끝난 뒤 아버지가 혼을 내지 않고 오히려 맛있는 갈비를 저녁으로 사줬다는 것. 허윤나는 “그때 정말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는 ‘항상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요즘도 대회 끝나면 스코어 보다는 그 과정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허윤나는 올 시즌 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동갑내기 박민지를 롤 모델로 꼽았다. 그는 “같이 플레이한 적이 있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대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 강한 멘털이 무척 감명 깊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야마하 클럽과 계약한 그는 리믹스 120 드라이버와 리믹스 020 아이언을 쓰고 있다. 야마하골프 이영노 과장은 “힘이 좋은 편이라 샤프트 강도 6S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허윤나는 “단기적으로는 2부 투어 우승과 1부 투어 시드권 획득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건물주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 최첨단 용품과 과학적인 트레이닝으로 최소타 경쟁

LPGA투어에서 59타를 기록한 안니카 소렌스탐.


허윤나처럼 ‘59클럽’에 가입한 여자 프로는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이 꼽힌다. 소렌스탐은 2001년 LPGA투어 스탠더드 레디스터 핑 2라운드에 13언더파 59타를 기록했다. LPGA투어에서 50대 스코어는 그가 아직도 유일하다. 소렌스탐은 선수 시절 ‘비전54’를 목표로 삼기도 했다. 18홀에서 모두 버디를 낚아 54타를 기록하겠다는 의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심심치 않게 ‘꿈의 스코어’라는 59타가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은 지난해 더 노넌 트러스트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59타를 친 스코티 셰플러다. PGA투어에서는 2016년부터 해마다 50타대 스코어가 나오고 있다. 2016년 ‘8자 스윙’으로 유명한 짐 퓨릭은 트래블러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2언더파 58타를 기록했다. 역대 한 라운드 최소타 기록이다.

미국PGA투어에서 58타 최소타 기록을 갖고 있는 짐 퓨릭.


앞서 퓨릭은 2013년 BMW 챔피어십에서 59타를 쳤다. PGA투어에서 2차례 50대 스코어를 남긴 건 그가 유일하다. 퓨릭은 “위대한 선수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무도 58타를 못쳤다. 이런 기록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아직 PGA투어에 50대 스코어는 나오지 않았다.

PGA투어에서 최초로 50대에 진입한 인물은 1977년 알 가이버거로 멤피스 클래식 2라운드에서 13언더파 59타를 작성했다. 그 후 다시 59타가 나오기까지는 14년이 걸렸다. 칩 벡이 1991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너 3라운드에서 59타를 쳤다. 2017년 저스틴 토머스와 애덤 해드윈은 2주 연속 59타를 연이어 남기는 진기록도 세웠다.

일본의 골프 신동으로 불리던 이시카와 료는 2010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더 크라운스 4라운드에서 버디 12개로 12언더파 58타를 쳤다. 1973년 출범한 JGTO는 홈페이지를 통해 “58타는 세계 6대 투어(미국, 유럽, 아시아, 남아공, 호주, 미국)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루야마 시게키(일본)는 2000년 US오픈 예선전에서, 제임스 본(미국)은 캐나다투어에서 58타를 친 적이 있지만 공식 대회가 아니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과거보다 50대 스코어가 양산되는 이유로는 최첨단 과학 기술이 접목된 클럽과 공 등 용품의 비약적인 개발과 과학적인 골프 트레이닝 방법에 따른 근력과 멘털 강화 등이 꼽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