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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김헌동 “윤석열, 부동산 이권 카르텔 간파했더라”

입력 | 2021-07-25 10:45:00

“정치인들이 부동산 실정 책임져야”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윤석열 전 총장이 자기 말을 지킬지 시민운동가로서 감시할 것이다. 다만 검사 생활을 오래 한 덕에 부동산 부패 구조를 간파하고 있더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7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난 김헌동(66)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의 인터뷰 일성(一聲)은 다소 의외였다. 김 본부장은 20년 가까이 건설사에서 근무했고 다시 20년 동안 ‘아파트값 거품 빼기’ 등 시민운동에 몸담았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경실련에 소속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앞장서 비판하지만 야권 책임도 강하게 추궁한다. “문재인 정부 내내 집값이 폭등했는데 보수 야당은 뭘 했나. 부동산정책에 무책임·무능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이념과 구호가 아닌, 대다수 국민을 위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김 본부장은 7월 1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났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부동산 정책관(觀)을 호평했다.

윤 전 총장을 만난 계기가 무엇인가.

“금요일(7월 9일) 윤 전 총장 캠프 측 인사가 내게 전화해 ‘일요일에 한두 시간가량 시간을 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오케이’해 이틀 후 만나기로 약속했다. 원래 오전 11시부터 2시간 정도 대화할 예정이었는데 1시 40분쯤 끝났다. 샌드위치로 식사를 간단히 때웠는데 거의 손도 안 댈 정도로 대화가 계속됐다.”

“LH 투기 의혹, 신속?·?정확히 수사해야 하는데…”


어떤 대화가 오갔나.

“윤 전 총장에게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느냐’고 먼저 물었다. 그랬더니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부동산정책 실패로 불로소득을 얻은 이가 많아진 탓에 사회가 불공정해졌다’ ‘젊은이들이 정직하게 땀 흘려 일해 번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없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하거나 투기에 가담해 안타깝다’는 말도 했다.”

뻔한 얘기는 아니었나.

“그렇지 않다. 그는 2005년 경기 파주시 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해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 이번 정부 들어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투기 사건을 두고 ‘투기 의혹은 전문가가 신속하고 정확히 수사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부동산을 둘러싼 투기와 부패를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 세력과 부패한 관료?·?공기업 임직원이 만나 거대한 담합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검사 출신으로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짧은 시간 만나 그 사람(윤 전 총장)이 부동산정책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이해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언론 보도를 통해 보니 윤 전 총장이 자기 명의로 가진 재산은 예금 2억4000만 원이 전부라고 하더라(6월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보 게재 기준). 수십 년 공직 생활을 한 사람이 부동산 투기하지 않고 급여만 저축했다면 그 정도 재산이 정상이라고 본다. 우리 국민의 가구당 평균 재산도 5억 원이 채 안 되는데(통계청 ‘2020년 한국 사회지표’ 기준 4억4543만 원) 공직자가 그보다 월등히 많은 재산을 가진 것이 이상한 일이다. 윤 전 총장 아내가 수십억 재산을 보유했지만 결혼 전 사업으로 모은 것 아닌가. 적어도 윤 전 총장은 상당수 고위공직자와 달리 국민이 살 아파트로 투기는 안 한 것이다. 서민을 위한 부동산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7월 11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나 설명한 파워포인트 42장 분량의 부동산정책 자료.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여야 막론 실효성 있는 대책 없어”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2017년 5월~2021년 1월 서울 아파트값은 79% 급등했다.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자 여야 대권주자들은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토보유세 신설,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이재명 경기도지사), ‘토지공개념 3법 발의, 개발이익환수’(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택지조성원가 연동제’(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반값 아파트 공급, 1가구 2주택 보유 제한’(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5년간 주택 75만6000호 공급’(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1월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등이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여야 막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까지 부동산정책 실패에 크든 작든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의 공약이라 신뢰하기도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 집값이 폭등하는데 ‘기본주택’ 구호만 외칠 뿐 제대로 대책을 못 냈다. 이낙연 전 대표는 국무총리 3년(2017년 6월~2020년 1월), 당대표 1년(2020년 8월~2021년 2월) 동안 부동산 실정에 책임이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집값 폭등을 두고 박근혜 정부 탓을 한다. 야권도 다를 바 없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씨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아파트 후분양제처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도 뜨뜻미지근한 반응뿐이었다. 문재인 정부를 욕할 뿐 자신들도 투기 과실을 공유한 것 아닌가. 홍준표 의원, 안철수 대표도 지난 대선 때나 지금이나 이렇다 할 부동산 청사진이 안 보인다.”

실효성 있는 부동산대책은 무엇인가.

“윤 전 총장에게 말했듯 ‘3주택 이상 보유자 대출금 회수’와 ‘법인 부동산 세율 특혜 폐지’다. 주택을 3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특혜를 박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풀어줬다(2017년 12·13 부동산대책). 대출금을 회수해야 다주택자가 시장에 물건(주택)을 쏟아낸다. 진짜 공급대책은 몇 년 있어야 입주할 아파트를 짓겠다며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게끔 하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은 부동산 투기의 진짜 큰손이다. 이들의 투기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개인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은 원래 3.2%였는데 문재인 정부가 6%로 올렸다. 반면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붙는 세율은 0.7%이다. 이것이야말로 불공정 아닌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9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