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리키 료 9단 ●셰커 8단 준결승 2-2국 9보(124∼141)
백 42는 굳이 지금 둘 이유가 없는 곳이다. 이치리키 료 9단은 흑이 49로 받기를 기대한 것 같은데 43으로 반발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백 44로는 참고도처럼 1로 무조건 막아 버텨야 했다. 흑 2엔 백 3∼13으로 타개해 백이 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실전은 흑 45, 47을 선수로 당한 뒤 49로 이어 중앙 백돌의 모양만 사나워졌다.
백 50의 붙임도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이치리키 9단은 지금의 형세에 자신이 없었던 듯하다. 준결승 1국의 악몽이 스멀스멀 되살아나고 있다. 형세 판단 미스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지 않았던가. 백 50으로는 60의 곳을 밀어가는 게 정수였다. 흑 A에는 백 B로 씌워 중앙을 정리했으면 백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흑 51로 치받자 중앙 백의 타개가 적잖이 부담되는 상황이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스텝이 꼬이면서 점점 어려운 길로 들어서고 있다. 설상가상 백 56도 실착. 중앙이 신경 쓰이는 상황에서 젖힘은 불필요했다. 흑 57을 선수하고 59로 두자 국면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구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