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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이 중요한 민간 우주탐험[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입력 | 2021-07-26 03:00:00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20일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 밴혼 발사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밴혼=AP 뉴시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탐험해 왔다. 아마도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고 조금이나마 재해의 위험이 적고 농사짓기 좋은 곳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몽골 초원의 유목민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계속 옮겨 다녔다.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고 미국인들이 서부를 개척한 것 역시 자원을 얻기 위한 전쟁이었다. 지구상에 더 이상 차지할 수 있는 빈 땅이 없어지니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서 자원을 취하는 시대도 있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우주를 향한 탐험도 자원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달이나 화성 개척은 인류에게 새로운 땅을 만들어주고, 생활을 윤택하게 할 자원을 안겨줄 수 있다.

우리가 오로지 생존과 자원을 위해서만 길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하고 갈망하는 건 인류가 갖는 특권이다. 예전 여행은 튼튼한 두 다리를 믿고 떠나야 했다. 그래서 가까운 곳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마차, 자전거, 자동차의 도움으로 보다 먼 곳, 더욱 새로운 곳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날아서 보다 빨리 건너겠다는 인류의 욕망은 열기구, 비행선, 비행기를 만들었다. 이제 보다 높이 날아올라 지구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 첫 민간 우주여행에 나섰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갤럭틱의 VSS유니티를 타고 우주를 다녀왔다. 뉴스1

2021년 7월에는 우주 개발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여럿 있었다. 11일 항공사를 운영하는 영국 버진그룹이 만든 버진갤럭틱이 민간인을 태우고 우주여행을 다녀왔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 지나지 않은 20일에는 아마존 창업자가 만든 블루오리진이 민간인을 우주로 안내했다. 이전까지는 엄격한 선발 이후 오랜 기간의 훈련을 받은 조종사와 우주인이 로켓을 타고 지구 밖을 다녀왔다. 이제는 휴가철 여행처럼 우주를 다녀올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의 우주관광 상품은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블루오리진의 로켓인 뉴셰퍼드는 우리가 그간 봐 왔던 전통적인 방식의 로켓이다. 발사대에 곧게 세워져서 위로 솟구쳐 오른다. 뉴셰퍼드가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오기까지는 10여 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는 탑승하지 않고, 자동으로 우주 공간을 들렀다가 지상으로 내려온다. 이에 비해 버진갤럭틱의 VSS유니티는 우선 항공기가 하늘 높이 올라간 뒤, 싣고 온 로켓을 발사하는 방식이다. 항공기의 이륙에서 착륙까지 약 90분이 걸리며 조종사가 같이 탑승한다. 다만 둘 다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우주 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3분여로 비슷하다. 물론 이외에도 우주관광을 준비 중인 회사는 여럿 있다.

비용을 지불하고 떠나는 우주여행은 경제성이 중요하다. 고객이 보다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부담 없는 여행 상품이어야 한다. 그래서 승객들을 우주로 밀어올린 로켓을 다시 지상으로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방식이 쓰인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로켓보다는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재활용 로켓은 화성을 향한 스페이스X의 모험에도 쓰인다. 여러 우주 개발 회사들의 목표와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화성까지 가려는 스페이스X에 비해 블루오리진은 친환경 연료의 사용을 자랑한다. 단지 승객이 탑승한 모듈을 위로 쏘아 올렸다가 떨어지게 하는 블루오리진의 방식이 기술적으로 수월하다며 스페이스X의 높은 기술력에 손을 들어주는 이도 있다. 화성으로의 이주를 생각하는 스페이스X와 달리 블루오리진은 우주 공간에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를 꿈꾼다.

이렇듯 다양한 민간 우주 개발 업체가 생긴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서로 경쟁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비용을 낮추어 보다 많은 이들의 우주여행을 가능케 한다. 아직은 2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지만, 과거 해외여행의 문호가 열렸던 것처럼 조금씩 문턱이 낮아질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인증모델(QM)이 지난달 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서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대양을 넘나들며 새로운 땅을 개척하고 식민지를 만든 건 서양이었다. 처음으로 사람을 지구 밖으로 보내고 달의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것도 역시 서양 국가였다. 이제 아시아의 추격 또한 활발하다. 유럽의 대항해시대보다 앞서 대원정에 나섰던 중국 명나라의 정화 함대나 바다를 호령하던 신라의 장보고가 떠오른다. 우리나라도 운석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일본이나 화성에 탐사 로봇을 보낸 중국 못잖은 우주 개발 역량을 갖고 있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만들어낸 인력들이 주축인 쎄트렉아이는 세계적인 민간 인공위성 제조업체로 성장하였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 위성을 수출하며, 세계 소형 인공위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국내의 다양한 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제작에 참여하여 관측과 통신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 중인 위성 여럿이 지금도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다. 지금은 우리 위성을 외국 로켓에 실어 보내지만, 곧 우리 기술의 로켓도 완성된다.

보다 많은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우주 개발에 나서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과학기술은 비단 국가에 의해서만 이끌어지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반도체, 양자컴퓨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이끈다. 이들과 함께 높은 경쟁력을 가진 협력업체와 기초 원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이 혁신 생태계를 이룬다. 우주 관련 분야 역시 더 많은 이들이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뛰어들면서, 더욱 빠른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부나 공공이 아니라 시장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우주 개발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도 하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우려에 국가가 주도해 왔다. 이제 민간 우주여행이 시작되면서 우주 탐험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가는 문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