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20일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 밴혼 발사 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밴혼=AP 뉴시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인류는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탐험해 왔다. 아마도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고 조금이나마 재해의 위험이 적고 농사짓기 좋은 곳을 찾아 헤맸을 것이다. 몽골 초원의 유목민들은 먹을거리를 찾아 계속 옮겨 다녔다. 유럽 사람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고 미국인들이 서부를 개척한 것 역시 자원을 얻기 위한 전쟁이었다. 지구상에 더 이상 차지할 수 있는 빈 땅이 없어지니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서 자원을 취하는 시대도 있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우주를 향한 탐험도 자원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달이나 화성 개척은 인류에게 새로운 땅을 만들어주고, 생활을 윤택하게 할 자원을 안겨줄 수 있다.
우리가 오로지 생존과 자원을 위해서만 길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미지의 세계를 궁금해하고 갈망하는 건 인류가 갖는 특권이다. 예전 여행은 튼튼한 두 다리를 믿고 떠나야 했다. 그래서 가까운 곳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마차, 자전거, 자동차의 도움으로 보다 먼 곳, 더욱 새로운 곳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날아서 보다 빨리 건너겠다는 인류의 욕망은 열기구, 비행선, 비행기를 만들었다. 이제 보다 높이 날아올라 지구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 첫 민간 우주여행에 나섰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갤럭틱의 VSS유니티를 타고 우주를 다녀왔다. 뉴스1
비용을 지불하고 떠나는 우주여행은 경제성이 중요하다. 고객이 보다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부담 없는 여행 상품이어야 한다. 그래서 승객들을 우주로 밀어올린 로켓을 다시 지상으로 회수하여 재활용하는 방식이 쓰인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로켓보다는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재활용 로켓은 화성을 향한 스페이스X의 모험에도 쓰인다. 여러 우주 개발 회사들의 목표와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화성까지 가려는 스페이스X에 비해 블루오리진은 친환경 연료의 사용을 자랑한다. 단지 승객이 탑승한 모듈을 위로 쏘아 올렸다가 떨어지게 하는 블루오리진의 방식이 기술적으로 수월하다며 스페이스X의 높은 기술력에 손을 들어주는 이도 있다. 화성으로의 이주를 생각하는 스페이스X와 달리 블루오리진은 우주 공간에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를 꿈꾼다.
이렇듯 다양한 민간 우주 개발 업체가 생긴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서로 경쟁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비용을 낮추어 보다 많은 이들의 우주여행을 가능케 한다. 아직은 2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지만, 과거 해외여행의 문호가 열렸던 것처럼 조금씩 문턱이 낮아질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인증모델(QM)이 지난달 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서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보다 많은 기업과 연구소, 대학이 우주 개발에 나서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최근 과학기술은 비단 국가에 의해서만 이끌어지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반도체, 양자컴퓨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이끈다. 이들과 함께 높은 경쟁력을 가진 협력업체와 기초 원천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이 혁신 생태계를 이룬다. 우주 관련 분야 역시 더 많은 이들이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뛰어들면서, 더욱 빠른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부나 공공이 아니라 시장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우주 개발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도 하고,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우려에 국가가 주도해 왔다. 이제 민간 우주여행이 시작되면서 우주 탐험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가는 문이 새롭게 열리고 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