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기대주’ 황선우(18·서울체고)가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결선 무대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수영 결선에 진출한 것은 2012 런던 올림픽 때 박태환 이후 9년 만이다.
황선우는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선에서 1분45초53을 기록, 전체 6위로 결선에 올랐다. 올림픽 경영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결선에 오른 건 남유선(36·은퇴), 박태환(32) 이후 세 번째다. 박태환이 은메달 2개를 수확한 자유형 2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의 금메달을 노리게 됐다.
전날 예선에서 100m 지점(50초12)까지 2009년 폴 비더만(독일)이 세운 세계신기록(1분42초0)과 기록이 같을 정도로 놀라운 페이스를 보이며 한국기록(1분44초62)을 새로 쓴 황선우는 이날 다소 몸이 무거웠다. 2조 4번 레인에 선 황선우는 50m 지점에서 2위(24초42), 100m 지점에서 4위(51초31)로 처지는 등 전날 같은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조 5위였으나 1조였다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결선에 진출하는 데 무리는 없었다.
전날 기록에 대해 황선우는 “경쟁자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 대충 해서 예선을 통과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예선부터 치고 나가자는 전략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한국기록을 세운 데 대해 “한국기록이 나올 줄 몰랐는데, 좋은 기록이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
2019 광주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년 만에 경험하는 수심 3m의 깊은 수영장에 대해 “좋다. 적응이 잘 됐다. 여기 와서 감독님과 스타트 훈련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나리 본보 해설위원은 “평소 훈련하던 곳과 수심이 다르면 스타트 후 잠영거리(15m 이내)가 달라질 수 있다. 적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국내 선수들은 오전에 예선을 치르고 오후에 결선을 치르는 방식에 익숙하다. 오전에 열리는 준결선, 결선이 낯설 수 있다. 황선우는 “대표팀에서 이런 부분에 대비해 오전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컨디션 관리를 잘 해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중학생 시절인 2018년 동아수영대회에서 5관왕에 오르며 주니어 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황선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10월에야 열린 첫 전국대회(김천전국수영대회)에서 고교선수로 자유형 100m, 200m에서 일반부 기록을 앞서는 등 대회 4관왕에 올라 ‘포스트 박태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