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심상치 않게 이어지면서 방역 당국의 매서운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 가을엔 하루 20만 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수천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백신이 보급돼 있지만 지금처럼 접종 속도가 지체된다면 가파른 확산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방역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5일 CNN방송에 나와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은 “신규 확진자들을 보면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 중에 나오고 있다”며 “나라의 50%가 완전히 접종을 안 하고 있다면 이는 문제”라고 했다. 미국에서 2차 백신 접종까지 완료한 인구는 전체의 49%가량으로 아직 절반이 되지 않는다.
파우치 소장은 “지금은 백신 미접종자들의 팬데믹이고 대부분이 이들의 문제”라며 “그래서 우리가 백신을 맞으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이 최근 이번 재확산을 두고 “미접종자의 팬데믹”이라고 말한 것을 반복해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위험한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와 컬럼비아대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향후 코로나19 시나리오를 돌려본 결과 최악의 경우 올 10월에 하루 24만 명의 환자가 쏟아지고 4000명이 숨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 정도의 하루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는 올 1월 미국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크게 확산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WP는 “델타 변이의 확산 때문에 관심이 다시 팬데믹으로 쏠리면서 국가 의제를 다른 부문으로 이동하려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이 위협받고 있다”며 “백악관 관리들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통제 불능으로 향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장기 이식이나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환자 등을 거론하며 면역 기능이 저하된 미국인들은 ‘부스터 샷(3차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