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혁 "젊어진 느낌…동생들과 함께한 시간 많아" 김제덕 "형들이 오늘 한번만 더 미치자고 말해줘"
한국 양궁이 삼촌과 조카뻘의 환상 조화를 자랑하며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으로 구성된 남자대표팀은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덩여우정-당즈준-웨이준헝)을 세트 점수 6?0(59-55 60-58 56-55)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맏형 오진혁이 1981년생, 김제덕이 2004년생으로 무려 23살 차이다. 역대 양궁대표팀에서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은 선수끼리 함께 한 적은 없다.
간단했다. 공정과 원칙이 큰 바탕이 되는 양궁대표팀에서 나이는 애초 중요하지 않다. 똑같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동료일 뿐이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제덕이한테 진혁이가 삼촌뻘이긴 하지만 그냥 형이라고 부르더라”며 “다른 선수들도 제덕이가 많이 어리지만 어린애 취급을 하진 않는다”고 했다.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김우진은 위로, 아래로 수많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김우진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이 깊고, 세심한 성격이다.
오진혁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쭉 동생들이랑 하는 시간이 많았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었다”며 “나도 젊어지는 느낌이다. 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김제덕은 “재미있는 경기를 하면서 대화도 많이 했다. 형들이 ‘오늘 한 번만 더 미치자’고 말해줬다. 단체전에서 집중력이 풀어지면 원하는 목표가 안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파이팅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양궁은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 연기되자 전격적으로 국가대표 선발 계획을 수정해 선발전을 두 차례 치렀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가장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것이다.
나이와 과거 경력 등은 중요하지 않다. 세밀하게 세팅된 선발 과정을 통과한 동등한 입장인 셈이다.
김제덕은 혼성단체전에서 파격적인 “파이팅” 사자후로 화제를 모았다. 정적인 양궁 경기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박채순 총감독이 국내에서 훈련할 때부터 주문했던 것인데 김제덕은 선배들 눈치 보지 않고 더 크게 고함을 질렀다.
이날 경기력으로도 드러났다.
세트마다 제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단체전 1, 2번 궁사는 타이밍이 너무 느리면 안 된다. 뒤에서 쏘는 궁사가 조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에선 빠르게 결단해 과감하게 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3번 궁사는 정신이 강해야 한다. 반드시 10점을 쏴야 하거나 최소 8점이나 9점 이상을 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평정심이 요구된다.
이날 한국은 김우진-김제덕-오진혁 순으로 활을 쐈다.
인도와의 8강전에서 총 18발 중 13발을 10점에 쏘는 높은 집중력을 과시했다. 특히 3세트에서 김우진이 첫 발을 8점, 9점에 쏘자 김제덕이 두 차례 모두 바로 10점으로 만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일본과의 준결승 슛오프에선 김제덕이 상대보다 과녁 가운데에 가깝게 쏴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셋은 시종일관 서로를 격려하고 웃으며 훈훈한 분위기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오진혁과 김제덕은 하이파이브를 멈추지 않았고, 특히 김제덕은 트레이드마크인 “파이팅” 외침을 빠뜨리지 않았다.
어깨 부상을 안고 있는 불혹의 오진혁은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다.
역대 한국 올림픽 남자선수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김제덕은 2관왕을 차지하며 향후 한국 양궁을 이끌 재목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깔끔한 바통 터치가 이뤄지고 있는 남자 양궁이다.
[도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