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공방”이라는 여권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둘러싼 난타전을 이어갔다. 전날 논란이 됐던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했던 이 지사는 26일에는 녹음파일까지 꺼내들며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달라”고 했다. 이에 맞서 이 전 대표는 “상식적인 문제 제기”라고 맞섰다.
● 이재명-이낙연, 법사위 반환 놓고도 엇갈려
이 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백제 발언’이 언급된 1분 6초 분량의 인터뷰 녹음파일을 직접 올리며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이낙연 후보 측 주장이 흑색선전인지 아닌지 직접 들으시고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백제, 호남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다’는 인터뷰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이 지역주의를 조장했다고 지적하자 당시 발언을 담은 녹음파일까지 공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 수석대변인을 맡은 박찬대 의원은 이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 “반사이익을 얻으려고 했던 잘못된 의도에서 악마의 편집 또는 정치적 공격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논평을 취소하지 않고 회피한다면 당에 징계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6월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것을 두고도 두 주자는 충돌했다. 이 지사는 “당에 법사위 양보 재고를 간곡히 요청한다”며 합의파기를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냥 과반이면 몰라도 압도적 과반 의석을 고려하면 법사위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당원과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호소를 외면할 수 없다”며 이같이 썼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판단했을 거라 생각하며 여야 간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28일 TV토론에서 ‘백제’ 다시 등장하나
양측의 혈투에 결국 민주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노무현·문재인 시기를 거치며 최소한 민주당에서는 지역주의의 강을 건넜다”며 “다시는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선관위원장도 이날 각 캠프 총괄본부장과 연석회의를 열고 “최근 경선과정에 있어서 선을 넘은 볼썽사나운 상호 공방에 대해서는 즉각 멈춰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네거티브 공방에 대해 질타가 쏟아지자 이 전 대표도 한 발 물러섰다. 이날 광주를 찾은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내년 승리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그 어떤 운동도 자제하는 것이 옳다”며 “그 문제(백제 발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꾸하거나 이러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28일 열리는 첫 본경선 TV토론에서 두 주자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향수 본경선의 흐름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