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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데이터 이야기]여자체조 8번째 뛴 46세, 맨몸종목으론 최다 기록

입력 | 2021-07-27 03:00:00

1992년 금 우즈베크 추소비티나, CIS-독일 등 3개국 대표로 나서




뜀틀 연기를 마친 옥사나 추소비티나(46·우즈베키스탄·사진)가 두 팔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2020 도쿄 올림픽 체조경기가 열린 아리아케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29년간 8차례에 걸친 추소비티나의 올림픽 도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추소비티나보다 올림픽에 많이 나온 선수는 4명밖에 없다. 역대 최다 올림픽 출전 기록(10회) 보유자인 이언 밀러(74)는 승마 선수고, 나머지 3명(9회)은 사격(2명)과 요트 선수다. 맨몸으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 가운데서는 추소비티나가 올림픽 최다 출전 주인공인 셈이다.

1975년 당시 소련 땅이던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서 태어난 추소비티나는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국가연합(CIS) 소속으로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 참가해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1996 애틀랜타 대회 때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참가한 추소비티나는 2000 시드니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1999년 이미 첫아들 알리셰르를 낳은 다음이었다.

그러나 알리셰르가 2002년 백혈병 진단을 받으면서 계획이 바뀐다. 독일 병원에서 병마와 싸우는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려면 계속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병원비를 적게 내려면 국적도 바꿔야 했다. 2004 아테네 대회 때까지 우즈베키스탄 대표였던 추소비티나는 2008 베이징 대회 때 독일 대표로 뜀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들이 백혈병을 이겨내자 추소비티나는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 세 번 더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 2개 나라 이상을 대표해 여름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있는 선수는 1243명이고, 추소비티나처럼 3개 나라 이상 대표 선수로 활약한 건 75명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