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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폭피해 인정범위 확대, 한국인 생존자들 포함될 듯

입력 | 2021-07-27 03:00:00

“히로시마 검은비 피해 지원해 달라”
피폭 원고 84명 승소에 상고 포기
‘특례구역’ 외곽 거주자들에도 혜택




일본 정부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될 당시 국가가 인정한 피해지역 밖에서 피폭당한 이들에게도 의료 지원을 하기로 했다. 원폭 피해자 인정 범위를 넓힌 것인데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게도 추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26일 원폭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고등재판소(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상고하지 말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로써 국가가 지정한 원폭 피해지역 바깥에서 피폭당한 원고 84명이 “피폭자 건강수첩을 교부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피폭자 건강수첩은 정부가 원폭 피해자들에게 발급하는 일종의 증서인데 이 수첩이 있어야 국가로부터 의료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고 측의) 많은 분이 고령이고 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있다. 조속한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상고 포기를 지시한 이유를 설명했다.

소송의 발단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8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미군이 히로시마에 원폭을 떨어뜨리면서 약 16만 명이 사망했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검은 비’가 쏟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히로시마시 피폭 중심지에서 북서쪽으로 길이 19km, 폭 11km의 타원형 지역을 ‘특례구역’으로 1976년에 지정했다. 이 구역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만 피폭자 건강수첩을 발급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피폭 중심지에서 약 8∼29km 떨어진 특례구역 밖의 히로시마 주민들은 검은 비를 맞고도 지원받지 못했다. 그들은 2015∼2018년 잇따라 이른바 ‘검은 비 소송’을 제기했고, 원고 84명은 작년 7월 1심에서 승소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 내각이 항소했지만 지난달 원고들이 2심에서도 이겼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따르면 조선인들도 히로시마에서 약 7만 명, 나가사키에서 약 3만 명이 원폭 피해를 당했다. 생존해 있는 피폭자는 2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