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올림픽 특수 실종
우리나라와 루마니아의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예선 경기가 한창이던 25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한 호프집 야외 테이블이 텅텅 비어 있다. 올림픽 기간이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들던 손님들이 코로나19 사태로 크게 줄었다(위 사진). 26일 오후 경기 부천시 상동에 있는 양궁카페 직원이 텅 빈 가게에서 과녁판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최동수 firefly@donga.com / 부천=원대연 기자
“거리에 사람이 있는지 한 번 봐요. 올림픽 특수는 다 옛말이죠.”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B조 예선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가 한창이던 25일 오후 9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7)는 혼자 가게에서 축구 중계를 보고 있었다. 김 씨의 호프집은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열릴 때면 ‘치맥’(치킨과 맥주) 등을 즐기며 경기를 관람하러 온 손님들로 붐볐지만 이날은 테이블이 거의 차지 않았다. 한창 때 최대 수천 명이 몰리던 노가리 골목은 이날 적막과 어둠이 흘렀다. 김 씨 가게 근처에 있는 400석 규모의 대형 호프집에도 손님 40여 명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 애물단지 돼 버린 호프집 대형 스크린
도쿄 올림픽이 한창인 가운데 예년 같으면 ‘올림픽 특수’를 누렸던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거리 두기 4단계’ 조치가 계속되면서 “올림픽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배달음식 전문점도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축구 경기가 열리기 전 15건 정도 주문이 더 왔지만 딱 그때뿐이었다”며 “10마리 정도 더 판 건데 올림픽 특수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 ‘메달 특수’ 누리던 스포츠클럽·학원 썰렁
“예전 같았으면 올림픽 경기가 끝나자마자 학부모들 연락이 쇄도했는데 요즘은 조용해요.”
26일 서울 마포구에서 탁구장을 운영하는 마포사랑탁구클럽 사장 이인실 씨(56)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25일 한국 여자 ‘탁구 신동’으로 불리는 신유빈(17)이 올림픽 탁구 최고령 선수 니샤롄(58·룩셈부르크)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화제가 됐지만 레슨 문의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탁구 경기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 아이 손을 잡고 찾아오는 학부모가 최소 5팀은 됐다”며 “요즘은 신규 회원은커녕 충성 회원들도 절반가량이 재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25, 26일 한국 여자, 남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따는 등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사설 양궁장을 찾는 손님은 거의 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양궁 카페를 운영하는 정모 씨(56)는 “메달을 딴 날에는 영업장 매출이 조금 늘었지만 문의는 많지 않다”며 “6월에는 평소 매출의 80%까지 회복했는데 코로나19 4단계 거리 두기 발표 이후 다시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연장되거나 강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전국적인 시위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 비대위)는 25일 “정부가 코로나 확진 폭증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8월 8일 이후에도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 또는 강화되면 전국 차량시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