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황효진 경북일고 코치가 본 김제덕
“아들로서, 선수로서 완벽하려고만 했던 제덕이가 이제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
스승은 올림픽 금메달을 두 개나 딴 제자를 두고도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다. 어린 나이의 김제덕에게서 절박한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쩌렁쩌렁한 기합을 외치며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날린 ‘천재 궁사’ 김제덕(17)을 가르치고 있는 황효진 경북일고 코치(사진)다. 황 코치는 26일 한국 남자 양궁이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결정지은 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신감 넘치는 게 제덕이의 강점이긴 한데 예전엔 이렇게까지 (파이팅이라고) 소리치진 않았다”며 “올림픽 가면 긴장할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풀어보겠다고 한 건데 안쓰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 코치는 김제덕을 애어른에 비유했다. 어리지만 프로처럼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그는 “중학교까지 밤 10시가 될 때까지 하루 1000발씩 쏘곤 했다. 작년에 어깨 부상으로 다치고 나서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방향으로 바꿨지만 끈기가 대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장어, 홍삼같이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 먹고 다음 날 컨디션 안 좋아질 일은 일절 안 한다”고 덧붙였다. 황 코치는 “작년 초에 제덕이 아버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제덕이가 두 달 정도 운동을 쉬고 돌봤는데 힘든 내색을 한 번도 안 했다”며 기특해했다. 이어 “지금은 많이 회복되셔서 금메달 따는 것도 보셨는데 크게 환호하시지는 않으셨다. 제덕이가 아버지 닮아 표현을 잘 안 하나 보다”라며 웃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