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M&A 생존게임]M&A로 활로 찾는 기업들
“변해야 산다” 이종사업 품기 경쟁
“M&A, 기업변화 앞당길 급행열차”

SK㈜는 지난달 미국 수소기업 모놀리스 지분 및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는 투자에 성공했다. 수소에너지 분야 원천 기술을 확보한 모놀리스의 지분을 탐내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한화솔루션도 그중 한 곳이었다. 한화솔루션은 3월 이사회 의결을 통해 모놀리스 지분 투자 협상 참여를 결의하는 등 막판까지 SK㈜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LG전자는 26년을 이어온 모바일 사업 철수를 결정한 뒤 해외 기업에 매각 의사를 타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4개 분기 적자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총매출 1조3850억 원에 한국, 북미 시장 점유율 3위인 사업이어서 인수자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국 매각이 아닌 철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LG 내부적으로 당장 높은 매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어도 성장 가능성이 없다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깨달음이 컸다”고 말했다. 올해 LG는 미국 실리콘밸리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중심으로 미국 메타버스 업체 웨이브, 이스라엘 산업보안 솔루션 업체 클라로티 등에 투자하며 변화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에너지, 유통, 건설이 주력인 GS는 최근 사업자 거래정보 관리 업체 ㈜한국신용데이터, D2C(소비자 직접 판매) 업체 ㈜비마이프렌즈에 잇따라 투자했다. GS 지주사가 국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 원을 투자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각국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도 M&A 거래 급증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미 폭스비즈니스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상반기 미국 기업 M&A 규모(1조7400억 달러)를 보도하며 금융권 저금리와 기업 실적 호조, 활발한 투자 유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10대 그룹에서 신사업 투자를 총괄하는 고위 임원은 “사실상 모든 기업이 원천 기술과 양질의 인력, 시너지를 낼 이종사업을 찾기 위해 인수합병 대상을 찾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업의 업(業)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기업 변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M&A 급행열차에 올라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과거엔 외환위기 같은 큰 위기가 아니면 기업이 어려워도 오너 숙원 사업이라며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기업 인수를 탐탁잖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