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21.7.26/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백신 문제 등 중대 현안에 직면한 만큼 속도감 있는 정책 실행을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지시사항이란 ‘대통령이 각종 회의·보고·순시 등을 통하여 행정기관에 지시한 사항’으로 정의된다.
27일 청와대 보도자료 등을 제공하는 e춘추관 기준으로 확인해본 결과, 문 대통령이 올해 내린 지시사항은 언론에 공개된 것을 기준으로 전날(26일)까지 총 32건이다. 한 달에 최소 4~5건씩 지시사항을 남긴 것이다. 이 추세라면 단순 산술적으로 올해 50여건 이상의 업무지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에는 수도권방역강화회의에서 4차 대유행과 관련 역학조사 강화 등 다섯 가지 세부지시를 내렸고, 9일에는 수도권특별방역점검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15일에는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 확진 사태에 대해 공중급유수송기 급파 등 대응책을 참모들에 주문했다.
20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채무 상환 중 연체가 발생한 이들에 대해 신용회복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경제현안 보고를 받은 뒤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시 조속히 피해계층 지원을 시작하도록 주문했다.
21일에는 최근 백신 예약시스템 오류 및 마비 사태와 관련 “IT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며 참모들을 질책하는 한편, 범정부적인 대응을 지시했다. 23일에는 천안함 전사자 유족의 보상금 수급 문제를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26일에는 “올해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어 특히 낮 시간에 옥외 건설현장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공사현장 폭염 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현장을 방문해 정승균 강남구청장(왼쪽)과 양오승 강남구보건소장으로부터 검사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청와대 제공)2021.7.18/뉴스1
이 같은 대통령의 업무지시 빈도는 취임 초기와 비교해도 큰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총 46건의 업무지시를 내린 바 있다. 한 달에 15건 가까운 지시사항이 있었던 셈이다.
통상적으로 임기 초반에는 대통령이 공약사항 이행이나 새 행정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업무지시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2017년 5월10일 취임 첫날 1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위한 구성준비를 고용노동부 장관에 요청했었다. 선거 기간 동안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정책실행의 속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의 경우는 코로나19로 인해 방역과 민생경제가 엄중한 상황인 만큼 직접적인 지시를 통해 안정적으로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작년과 올해 업무지시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관련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았다는 뜻”이라며 “회의 끝에 담당 비서관실에 전부 (문 대통령 지시사항 관련) 상황을 정리해 공유하기 때문에 실행력이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실제 국정운영에 자신감이 붙을 시기인 집권 2~3년차에는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가 지금처럼 빈번하지 않았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37건과 30건의 지시사항을 내리는 데 그쳤는데, 이는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내리지 않더라도 국무회의 등 정비된 내각 시스템을 활용해 대통령의 지시를 정부부처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기 말에는 보통 대통령의 말을 잘 안 듣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대통령이 지시하는 상황이 더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다음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노출도 잘 안되니 행정명령이나 대못 박기를 보여주려는 형식이 목격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