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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올림픽 중계 사태, 변명의 여지 없어…반성과 회복의 길 함께”

입력 | 2021-07-27 12:35:00



MBC 노조가 2020 도쿄올림픽 중계에서 부적절한 그래픽 사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혹독한 책임 추궁을 받는 구성원들과 같은 자리에 서서 반성과 회복의 길을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7일 성명을 내고 “해당 국가의 국민에게 모욕감을 주고 시청자들에게는 불쾌감을 안긴 변명의 여지없는 잘못이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어 “지금 MBC 스포츠는 ‘올림픽은 MBC’라는 구호가 무색해질 정도로 위태롭기 그지없다. 이 시간을 시청자의 높아진 감수성에 발맞추고, 공영방송 종사자로서 바람직한 태도를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제 MBC 사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사과문에서 약속한 바들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회사가 대외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사과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현 상황을 평가하고 책임질 사람을 찾아 문책하는 재판관의 입장에만 서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스포츠 PD 인원의 축소, 협업 시스템 문제, 제작진과의 소통 부족 등으로 올림픽 중계는 시작 전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성급하게 이뤄진 조직 개편 작업이 이번 문제들에 영향을 줬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구조적인 문제가 심화된 면이 있다면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열린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 때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

결국 MBC는 방송 말미 “오늘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MBC는 25일 열린 남자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B조 루마니아와의 2차전에서 전반 27분 루마니아 수비수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기록하자 후반 시작 전 중간 광고를 내보내면서 화면 오른쪽 상단에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띄웠다.

MBC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자막 대신 중계진 이름으로 넣어 대체했지만, 경기 도중 자책골을 넣은 상대 선수를 조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논란이 커지자 박성제 사장은 전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 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