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떨어지니 속이 후련하고요. 더 배워야겠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2관왕인 17세 천재 궁사 김제덕(경북일고)의 3관왕을 향한 질주가 아쉽게 멈췄다. 김제덕은 27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2회전(32강)에서 독일의 플로이안 운루에게 3-7(30-28, 27-27, 27-28, 26-27, 28-29)로 덜미를 잡혔다. 랭킹 라운드 1위로 64강에서 말라위의 데이비드 아레네오를 6-0으로 가볍게 꺾은 김제덕은 32강 전에서도 1세트에 10점 3개를 연속으로 명중시키며 쉽게 경기를 이기는 듯 했다. 그러나 3-1로 앞선 3세트 태풍권 영향에 들어온 양궁장의 강한 바람에 조준점이 약간 흔들리며 연속으로 3세트를 내주고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김제덕이 당연히 결승까지 갈 줄 알았던 국내외 취재진과 자원 봉사 요원들이 경기 결과에 일제히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첫 날 랭킹 라운드와 혼성전을 치른데 이어 26일 남자 단체전을 소화하고 다음 날 개인전에 나서는 빡빡한 일정이 올림픽을 처음 경험하는 김제덕에게 체력적,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제덕은 단체전 경기 중 계속 파이팅을 외치느라 목이 쉬어 이날 개인전에서는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다. 샤우팅과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있게 활 시위를 당기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다르게 사대에 선 것이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됐다. 64강이 끝난 후에도 “태풍이 오는 듯 하다. 과감하게 슈팅을 해야될 것 같다. 어제는 좋은 꿈을 안 꿨다”며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 집중하자는 목표를 이뤄 개인전 탈락에도 마음은 후련하다는 김제덕은 “모든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서면서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한국 선발전처럼 했다면 더 잘했을 것 같은데 올림픽 무대는 정말 다른 느낌이다. 큰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이 배워야할 것 같다”라며 팀 동료 선배, 지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제덕은 도쿄로 오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훌쩍 성장한 뒷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장을 떠났다.
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