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23대중 19대 리스 중단… “비행기 있어야 인수자 나와” 정비 부품 구하려 주머니 털고, 점검 때 항공유 빌려오기도 “다시 이륙하는 날 눈물 쏟아질듯”
“그냥 버텼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정말 살기 위해 버텼습니다.”
가까스로 새 투자자를 찾은 이스타항공의 공식 근로자 협의체 ‘근로자연대’의 장문기 이스타항공 정비본부 팀장은 요즘 안부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장 팀장은 “긴 터널을 지나고나니 더 의욕이 생긴다. 이젠 새로운 도약 준비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생계를 이어가기도 빠듯했지만 그 와중에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남은 비행기 4대를 지키려 노력했다. 장 팀장은 “비행기가 있어야 새로운 인수자가 우리를 찾을 것이라고 믿었다. 비행기는 지키자는 신념으로 직원들끼리 돌아가면서 공항에 나와 비행기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한때 항공기 23대를 운영하던 회사다. 하지만 재무 상황이 나빠지자 항공기 리스사들이 하나 둘씩 비행기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근로자연대 이진호 정비본부 과장은 “리스사들도 어쩔 수 없다며 비행기를 가져갔다. 그나마 일부 리스사가 이스타항공의 재운항을 믿고 항공기를 안 가져갔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항공기는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정기 점검을 받아야 한다. 회사에 돈이 없어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부품을 사기도 했다. 점검을 받을 때 비행기 엔진을 켤 항공유가 없어서 정유사로부터 항공유를 빌려온 적도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