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개 지자체서 194개 특구 운영…매출 18조원에 8만여 명 고용 창출 기술개발-사업화-마케팅 지원 등…중기부, 활력 높일 대책 발표 질적 성장 위한 세제-재정 지원 절실
‘판교밸리’가 있는 경기 성남시는 올 초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의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 지정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신청했다. 게임과 콘텐츠 관련 기업 인프라 활성화로 게임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는 계획에서다. 4월 지역특구로 선정된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는 해외 전문 인력의 체류기간 연장을 위한 출입국관리법을 비롯해 7개 법의 규제 특례를 받게 됐다. 성남시는 판교 게임콘텐츠 특구가 2025년까지 생산 7312억 원, 소득 2244억 원, 고용 3576명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영등포 ‘스마트메디컬 특구’
2017년 지역특구로 지정된 서울 영등포 ‘스마트메디컬 특구’는 숙박과 관광을 연계한 글로벌 의료 서비스로 4년간 외국 환자를 약 2만 명 유치했다. 스마트메디컬 특구의 한 병원은 의료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양성된 통·번역 전문 인력을 활용해 몽골 환자를 유치, 치료했다. 이 환자는 귀국해서도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주위에 이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특구가 업그레이드 길에 들어섰다. 그동안 지역 농·특산물이나 관광 소재 같은 향토자원 활용이 대세였다면 차츰 산업분야 중심 특구가 등장하고 있다.
현재 전국 226개 기초단체 가운데 152개(67%)에서 194개 지역특구가 운영 중이다. 전남 34개, 경북 28개, 경기 19개, 충남 18개 등이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울산 같은 특별시나 광역시 시·군·구에는 33개뿐이다.
지역특구에 선정되면 58개 법의 128개 규제 특례를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받는다. 194개 지역특구가 활용하는 규제 특례는 모두 1025건. 2019년 중기부 선정 최우수 지역특구인 전북 김제 ‘종자생명특구’는 공유재산 수의계약 특례를 활용해 종자 연구, 생산, 판로 거점인 민간 육종연구단지를 빨리 만들었다.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만족하기는 이르다. 지역특구는 수도권보다 경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非)수도권과 비(非)도심에 밀집돼 있다. 해당 지자체의 무관심, 특화사업 추진 부진 등 지역특구 운영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곳도 점점 생기고 있다.
지역 특산 자원이나 특화 기술을 토대로 주민 고용 등 지역 여건을 활용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연고(緣故)산업 육성을 위해 자금과 기술개발(R&D), 사업화, 마케팅을 지원한다. 정부 지역뉴딜 정책에 따라 조성된 전국 4개 권역 ‘지역뉴딜 벤처펀드’를 모(母)펀드로 해서 연고산업 기업에 투자하는 자(子)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정책자금 융자 한도도 높인다. 연고산업 기업을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해 사업화 자금을 제공하고 생산품의 온라인 쇼핑 채널 입점 등 마케팅도 돕는다.
지역특구를 더 도약시킬 ‘부스터샷’이 절실하다. 지역특구는 정부가 재정이나 세제(稅制) 지원을 하지 않는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에서 지역특구에 향토자원 활용 이외의 기업을 유치할 인센티브를 제공할 여력은 별로 없다.
국회에는 지역특구에도 세제 감면 및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특구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개정안이 ‘재정 여건이 열악한 기초단체의 민간 투자와 기업 유치를 촉진해 지역특구를 활성화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