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들, 수도권 독립서점 3곳서 전시 작년 주제 ‘어려운 환경 극복 응원’ 공모전 대부분 코로나 관련 편지 올핸 ‘나에게 쓰는 편지’ 9월까지 접수 “스스로를 위한 응원-위로 보내세요”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역대 수상작에서 발췌한 문구들이 전시돼 있는 서울 마포구 독립서점 ‘가가77페이지’의 모습. 서울 송파구 ‘무엇보다책방’, 경기 김포시 ‘마리북스’에서도 9월 9일까지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제공
지난해 선희석 씨(56)는 아들 윤호 씨(26)가 운영하는 경기 오산시의 분식집을 찾았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굳게 닫힌 분식집 앞 초등학교 교문을 바라보던 아들의 그늘진 얼굴이 눈에 들어온 것. 아들은 또래보다 빨리 경제적으로 자립하겠다며 학업을 중단하고 분식집을 열었다. 그런데 분식집을 열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움켜쥐고 집에 돌아온 선 씨는 ‘사랑하는 나의 아들 윤호 보렴’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20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아들이 줄곧 자신의 희망이었듯, 아버지인 자신도 아들에게 든든한 뒷배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살아가는 게 지치고 힘들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던 사람이 바로 너였음을 기억해주렴. 아빠도 너의 희망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마.”
선 씨가 아들에게 띄운 이 희망의 편지는 지난해 한국우편사업진흥원의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주변의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이들을 위한 위로와 응원의 편지’를 주제로 한 지난해 공모전에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편지들이 주로 답지했다. 공모전 수상작들은 수도권의 독립서점 3곳에서 9월 9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 ‘가가77페이지’와 송파구 ‘무엇보다책방’, 경기 김포시 ‘마리북스’에서 만날 수 있다.
이내 김 씨는 밤낮 노동에 시달려온 남편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졌다며 남편을 위로한다. “당신 밤일 안 하고도 의식주 해결하는 희망을 가집시다. ‘근로자의 날’ 근로자는 아니지만 쉴 수 있는 날이었어. 정말 좋았어.”
코로나에 따른 거리 두기로 친구들과 맘 놓고 어울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어린이의 글도 있었다. 초등학생 이민서 양(13)은 ‘눈만 보이는 우리 반 친구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반에는 아는 친구, 모르는 친구, 친한 친구 다 있었지만 나는 모르는 친구에게 말을 걸지 못했어. 2m 이상 친구에게 접근 금지였거든. 2m가 1m, 1m가 30cm, 30cm가 0cm가 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 파이팅!!”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올해 편지쓰기 공모전은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주제로 9월까지 접수한다. 이관민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문화기획팀 대리는 “지금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스스로를 위한 응원과 위로가 필요한 시기”라며 “올해도 의미 있는 편지들이 많이 모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