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국 방문 “허약한 경제, 푸틴 위험하게 만들어… 당국, 러 허위정보에 강력 대응해야” 러, 유령 계정 생성-댓글부대 동원, 2차례 대선 개입… 바이든 낙선 유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매클레인에 있는 국가정보국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매클레인=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인터넷에서 정치적 허위정보들을 퍼뜨리며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며 정보당국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버지니아 매클레인에 있는 국가정보국(ODNI) 방문연설에서 “러시아가 2022년 미국 중간선거와 관련해 벌써부터 하고 있는 것들과 허위정보들을 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매일 오전 정보당국의 브리핑을 통해 관련 정보들을 보고받았다고 밝히며 “이것은 완전한 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람들이 팩트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게 만들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허위정보들에 정보당국은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설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수차례 언급하며 “러시아의 허약해진 경제가 사이버 영역에서 푸틴을 더욱 위험한 인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 선거를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점점 커지는 사이버 공간의 위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랜섬웨어 공격을 비롯한 사이버 위협들이 실제 세계에서 어떤 피해와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봤다”며 “우리가 만약 주요국과 실제 총격전(real shooting war)을 벌이게 된다면 그것은 사이버상의 충돌로 인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과 솔라윈즈 등 미국 업체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문제 삼아 올해 4월 러시아를 제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랜섬웨어를 비롯한 사이버 공격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는 당시 “사이버 공격이 계속된다면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직접 찾은 것은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는 120여 명의 ODNI 직원 앞에서 정보기관의 정치화를 비판하며 “상황에 대한 여러분의 판단을 바꾸려고 행정부가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는 일은 내 재임 기간에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정보기관의 판단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정보당국 수장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