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사단가 후려치기 관행에 고층전용 대신 일반 굴착기 투입” 붕괴 위험 있는 ‘ㄷ’자 형태 철거… 물 먹은 흙더미 무너져 충격 겹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건물 붕괴 참사는 해체 계획서를 무시한 시공업체의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였다. 감리 부실과 불법 하도급에 따른 공사비 삭감 등도 건물이 무너지는 데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재개발 구역 내 5층 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시공업체는 지하 1층, 지상 5층 높이의 건물을 철거하기 위해 11m 높이의 흙더미를 쌓은 뒤 해체 계획서를 무시한 채 수평하중에 취약한 ‘ㄷ’자 형태로 작업을 했다. 당시 건물 5층, 옥탑 등 윗부분이 많이 남은 불안정한 상태였다.
불법 하도급을 통한 공사단가 후려치기 등도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현대산업개발과 한솔이 50억 원에 건물 철거 계약을 맺었고, 한솔은 다시 백솔과 76% 정도가 깎인 12억 원에 재하도급 계약을 했다.
백솔은 하루 임차료가 300만 원에 달하는 고층전용 굴착기(팔 길이 38m) 대신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팔 길이 10.8m의 굴착기를 사용했다. 이 굴착기가 건물 안쪽까지 들어가 작업을 하면서 흙더미에 가해지는 하중이 더 커졌다.
경찰은 철거 공사에 참여한 3개 업체가 사실상 3∼5개 계열사를 통해 각종 계약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불법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6명을 구속하고 17명을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