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 ‘출금 > 입금’ 역전
28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4500만 원대로 표시돼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가상화폐 투자자들, 돈 빼기 시작했다
“8000만 원 넘던 비트코인이 이제 3000만 원 밑으로 떨어질까 조마조마합니다. 수익률 조금 올리겠다고 하루 종일 코인창 들여다보는 것도 지쳐서 ‘탈출’하기로 했습니다.”직장인 김모 씨(30)는 최근 가상화폐에 투자한 8000만 원을 모두 빼내 증권사 계좌로 옮겼다. 4월 한때 200%를 웃돌던 수익률은 현재 40%대로 쪼그라들었다. 아직 손해는 안 봤지만 현재의 하락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코인판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거래소 계좌에서 출금한 돈이 입금액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출금액이 더 많아진 건 코인 투자 열기가 3년 만에 달아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28일 동아일보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실명 계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출금액이 12조7000억 원으로 입금액(10조 7000억 원)보다 2조 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단독]열기 식는 가상화폐… 신규 투자자 ‘4월 165만→6월 12만명’ 급감
직장인 이모 씨(31)는 5월 중순 “다시 오지 않을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친구 말을 듣고 이더리움 등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 500만 원을 웃돌던 이더리움 가격이 340만 원대로 떨어진 때였다.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던 코인 가격은 더 뚝뚝 떨어져 현재 수익률은 ―50%에 이른다. 이 씨는 “늦게 발을 들였다가 탈출 기회도 못 찾고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면서 거래소 계좌에서 돈을 빼내 코인판을 탈출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투자 열기가 식자 코인 투자에 새로 뛰어드는 사람도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시작된 ‘코인 광풍 시즌2’가 막을 내리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신규 투자자도, 거래 규모도 급감
‘코인 광풍’이 3년 만에 다시 불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순유입을 보였던 예치금이 처음으로 순유출로 돌아선 것이다.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투자 심리가 꺾이면서 코인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크다.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해 초 800만 원대에 불과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 4월 8000만 원을 넘었다가 이달 20일 3400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28일 오후 6시 현재 450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자 신규 투자자도, 거래 규모도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달 4대 거래소에서 실명 계좌를 개설해 새로 가입한 투자자는 12만865명으로 올 들어 가장 적었다. 투자 광풍이 뜨거웠던 4월(164만9020명)과 비교하면 1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4대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4월 22조 원에서 지난달 6조7000억 원으로 69.5% 급감했다.
○ “극적 반등 어렵다”
가상화폐 입지 또한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 금지하는 등 주요국이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나서면서 가상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거래소들이 9월 24일까지 은행 실명 계좌 등을 갖춰 금융당국에 신고해야만 영업을 할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2018년에 이어 가격이 급락하는 두 번째 주기가 왔다”며 “세계 각국 규제와 글로벌 유동성 축소 움직임이 맞물려 당분간 가상화폐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