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설연구소서 제품 개발 총력 전력설비 분야 특허 다수 확보 연매출 1000억 달성 업계 선도 중국법인 세워 해외 진출 확대
경기 광주에 위치한 한광전기공업 본사 전경.
올해로 창립 61주년. ‘배전반’ 한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며 강산이 6번이나 바뀌는 장구한 세월을 관통해온 진정한 장수기업이 있다. 바로 한광전기공업㈜이다. 이 회사의 역사는 1960년 설립된 한광전기제작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주 유재균 회장이 서울 청계천에서 미군 부대에서 나오던 부품을 활용해 창업했다. 이후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서 기업을 키워왔다. 1974년에 법인으로 전환한 뒤로도 현대건설, 한라, 포스코 등 대기업에 납품을 이어갔고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창업주 시대에선 주로 굵직한 국내 주요 거래업체들과 신뢰를 쌓으면서 기본기를 다져나간 시기였다면 2004년 지금의 유기현 대표 체제로 전환이 된 뒤에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다. 유 대표는 군 전역 후 현대중공업을 거쳐 1987년부터 가업을 승계하며 저·고압 배전반과 전동기제어반, 비상전원절체개폐기 등 배전반과 차단장치 분야에서 독보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는 꾸준한 지속성장을 거듭하며 현재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고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차별화 쉽지 않은 시장, 포기 없이 기술 개발
한광전기공업 직원 단체사진.
새로운 제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중전기 업종, 특히 화재의 위험과 직결한 배전반 제조에선 시장 보수성이 더 강하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좀 더 획기적이고 소비자들의 만족과 안정된 전력 공급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또 전기의 이론과 기계 이론이 접목돼야만 하나의 완성된 개발품이 완성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개발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개발 도중에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상황이 숱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그만큼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일 수 있고 선두기업으로서 확실한 입지도 다질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전기설비 사고를 예방 진단하는 광섬유 초음파 센서.
대표적으로 유 대표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끊임없는 제품개발과 개선을 해왔다. 2006년 기존 ATS와 ACB로 구성된 비상차단기의 두 가지 기능을 합한 ATB(자동절환절체스위치)를 개발해 NEP와 우수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2011년도에는 ‘영구자석형 전자개폐기를 적용한 전동기제어반’으로 국가에서 NEP와 우수제품 인증을 받았다. 현재는 광센서를 적용한 배전반에 대해 신제품인증(NEP)과 우수제품 인증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
유 대표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한 곳에 멈춰 있는 것은 곧 도태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항상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전기산업은 오래 내다봐야 하는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인 만큼 시장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확장 통해 미래 발판도 준비
유 대표는 주 52시간 근무제 일괄 적용, 최저임금 상승 등 산업 현장에선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독자 기술만이 경쟁력이라는 경영철학으로 100년 기업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한광전기공업은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매출 비중 다변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어 주목된다. 이를 두고 유 대표는 “급격하게 변하는 시장과 경제침체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장의 다각화와 기존 사업에서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 사업과 제품의 다각화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01년에 일찌감치 중국 진출과 해외수출을 위해 중국법인을 설립해 배전반 제조업체인 우시 한광전기공정 유한공사와 ATS 제조업체인 우시 한광전기 유한공사를 설립해 지난해 각각 80억 원과 10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한광전기공업의 전동기 제어반
현재 제조생산 현장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동종업계로는 최초로 생산자동화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를 구축한 것 역시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한광전기공업은 추후 설비에서의 자동화를 구축할 계획이며 개발과 더불어 회사 구조에서의 정비와 재구축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회사의 모습을 갖출 예정이다.
젊은 구직자가 지원을 꺼리는 제조업 분야지만 지원을 유도하고 다니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나가고 있다고도 했다.
유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불경기 상황에서도 제품 개발과 내실경영에 힘쓰는 이유는 60여 년의 연혁이 되는 회사를 100년 기업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는 혁신적인 기업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저가수주 경쟁은 업계발전 저해”
유기현 한광전기공업㈜ 대표 인터뷰유기현 한광전기공업 대표.
유 대표는 “지금 전기시장은 생태계 교란 수준”이라고도 했다. 무조건 입찰만 따면 된다는 생각으로 덤핑 입찰에 가세하는 자격 없는 중소기업들 때문에 기술 수준은 떨어지고 안전 역시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는 비판이다.
유 대표는 영국의 경우 배전반 기업이 10개가 안 되는 등 기술력 있고 건실한 기업만 남았다는 점을 짚었다. 한국도 기술력을 가진 기업만 살아남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우수조달, NEP 등을 엄격히 따지는 최근 입찰 시장 분위기는 환영한다면서도 저가 전략만이 살아남는 시장은 결코 건강한 시장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최근 국내 산업 전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유 대표는 “저가 시장은 지양하고 가치 있는 시장을 열고 싶다. 당장 이윤을 얻는 것보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싶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많은 지원 제도들이 있지만 이에 의존하다 보면 오히려 자립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산업은 장기적 안목으로 내다봐야 하는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제대로 된 투자와 함께 산업을 보호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기업의 이윤은 사회 환원과 지역 경제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구호단체에 대한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 상공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중소기업 경영자를 대표해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또 ROTC 21기 총동문회장과 오산고 19대 동창회장을 지내며 후배 양성에도 적극 힘쓰고 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