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클래식 공연 관람이나 미술수업 등 청소년의 고급문화 교육을 위해 지급하는 바우처가 대부분 ‘만화책’ 구입에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5월 2년 간 300유로(약 41만 원)를 사용할 수 있는 문화바우처, 일명 ‘컬처 패스’를 전국의 18세 청소년 82만5000명에게 지급했다. 이들은 클래식 연극 예매, 미술 수업료, 영화 관람, 도서·음반 구입 등을 자유롭게 선택한 후 컬처패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소양을 높이기 위한 문화 정책이다.
청소년 문화 바우처 예산은 올해만 8000만 유로(약 1089억 원)이고 내년에는 2배인 1억6000만 유로가 투입될 전망이다. 프랑스 의회 피에르 오줄리아스 상원의원은 “청소년들이 오페라를 듣기 위해 바우처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컬처패스 제도를 정책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튜브 등 영상매체 확산으로 서점을 외면했던 청소년들이 책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정책 효과를 낸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파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나자 시페르는 “요즘 청소년들이 매일 서점에 온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조치가 이어지면서 공연이나 전시회 등에 가지 못한 청소년들이 서점으로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