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민생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민생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정하면서 전망한 것과 다르게 전개되는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전 대통령은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올해 성장률이 당초 목표인 3.2%를 훌쩍 넘어 4% 초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경기 호전을 자신했다.
이후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경제는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 위축이 심각하다. 6개월 연속 상승하던 소비자심리지수는 7월에 가파르게 추락했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돼 저녁장사를 못하게 된 자영업자들은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사태로 2분기 수출 증가율은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게다가 경기 회복에 탄력이 붙은 미국의 연준(Fed)이 긴축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면서 국내 은행의 6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74%로 한 달 새 0.05%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예고한 대로 연내에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하면 ‘영끌’ ‘빚투’로 집 사고, 주식에 투자한 가계, 특히 2030세대들은 급격한 이자부담 증가로 부채 폭탄을 떠안게 된다. 설상가상 코로나와 이상기후로 각국 농업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시작된 ‘애그플레이션(농업·agriculture+인플레이션)’ 때문에 채소, 육류, 라면 등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고, 정부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집값·전셋값 상승도 멈출 기미가 없다.
정부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자영업자 영업 제한이 더 길어질 경우 등에 대비해 부채를 줄이고 재정 여력을 충분히 남겨둘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추경을 반복해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뿌려도 소비는 살아나지 않고 나랏빚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원리금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에는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최후의 보루인 국가 재정이 정치권 입김에 휘둘려 부실화하지 않도록 재정준칙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