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펜싱 사브르 금1-동1 김정환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와 귀국 “경기 늘 촬영하신 선친도 큰 힘”
지난해 별세한 외할머니 고 박혜경 씨가 생전에 김정환을 위해 썼던 기도문. 김정환 어머니 제공
“세상을 깜작 노라게 하야주십요.”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 맞지 않은 맞춤법은 진심을 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한국 펜싱 사브르 대표팀 ‘맏형’ 김정환(38)의 외할머니 고(故) 박혜경 씨 유품 상자 속에서 발견된 기도문이다.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후배들과 함께 금메달을 따낸 김정환(왼쪽)이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아내 변정은 씨의 목에 메달을 건 뒤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뉴시스
김정환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다녔던 낚시가 소중한 추억이다. 초등학생 시절 겨울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경기 포천의 낚시터를 찾아 잉어 향어 붕어 등을 낚았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 날이면 “집에 가자”는 아버지의 말에도 오전 3, 4시가 넘게 버티는 승부욕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환의 어머니 김경우 씨(71)는 “애 아버지는 아들 말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아들이 올림픽에서 뛰는 걸 보지 못하고 간 게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어머니 김 씨는 고생하고 돌아온 김정환에게 그가 평소 좋아하는 강된장과 호박잎, 새우젓찌개 등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큰 경기가 끝나면 김정환은 경기 광주시 오포에 있는 아버지 산소를 찾는다. 그는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면 이번에도 아버지 산소를 찾아 뵐 것”이라며 “이번 올림픽은 나이도 예전 같지 않아 정말 어려웠다. ‘두렵고 외로운 순간마다 저와 함께해 주시고 저를 지켜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