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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붕 녹은자리, 펭귄이 접수했다

입력 | 2021-07-30 03:00:00

아델리 펭귄 27마리 중 5마리
빙붕 자리에 생긴 바다서 먹이활동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모습 포착




지구온난화로 빙붕이 붕괴된 남극 바다에서 아델리 펭귄이 사냥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최근 들어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남극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펭귄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지구 온난화와 남극 생태계 변화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인익스프레시블섬에서 서식하는 아델리 펭귄 27마리를 추적한 결과 이 중 5마리가 기존 사냥터를 떠나 ‘난센 빙붕’이 붕괴되면서 노출된 바다를 새로운 사냥터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9일 밝혔다. 인익스프레시블섬은 세계 최대 해양보호구역인 남극 로스해에 있는 곳으로 한국 주도로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6년 인익스프레시블섬의 펭귄 번식지에서 남쪽으로 약 10km 떨어진 난센 빙붕의 끄트머리가 떨어져 나가면서 214km² 면적의 바다가 새롭게 드러났다. 빙붕은 남극 대륙과 맞닿은 채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백 m 두께의 얼음 덩어리다. 남극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남극 빙하의 버팀목’ ‘남극 기후변화의 바로미터’로도 불린다.

연구팀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수심 기록계, 비디오카메라를 활용해 인익스프레시블섬에 살던 아델리 펭귄의 이동 경로와 사냥 습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펭귄들이 사냥터를 바꾼 이유로 빙붕이 녹으면서 먹잇감을 사냥할 해역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빙붕이 사라진 바다에는 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되면서 펭귄 먹이인 크릴 등이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펭귄 일부가 변화에 적응하며 버티고 있지만 대다수는 급격한 변화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