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예능 채널A ‘애로부부’ 1주년… 출연진-PD 인터뷰 “막장 사연에 초기 ‘선정적’ 비판, 출연진 진솔한 반응에 선입견 불식 ‘비혼 권장프로그램’ 수식어 붙지만 결혼전 ‘예방팁’ 미리 알도록 돕는것 기혼자들 ‘속터뷰’ 함께 시청하며 ‘당신도 혹시 그래?’ 대화 물꼬 트기도 ‘사람과 관계’ 공부가 되는 콘텐츠… 이혼, 극단적 해결책 시선 바뀌어야”
방송 1주년을 맞은 채널A와 SKY의 월요 예능 ‘애로부부’ 출연진이 29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 모였다. 왼쪽부터 홍진경 이용진 최화정 양재진 안선영. 홍진경은 “애로부부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확신한다”며 웃었다. 채널A 제공
집 나간 남편이 자식의 신장을 이식받기 위해 자상한 남편으로 둔갑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사연, 20년 절친의 남편을 꼬셔 아이를 갖고 친구에게 이혼을 종용한 여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 이야기들은 실화다. 채널A와 SKY가 공동 제작한 월요 예능 ‘애로부부’(오후 10시 반 방송)에 나오는 재연드라마 ‘애로드라마’를 통해 소개된 사연이다. 실제 부부들이 출연해 부부 간 갈등을 진솔하게 터놓는 ‘속터뷰’에서는 독박 육아, 시댁과의 갈등, 잠자리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7월 처음 방송한 애로부부는 ‘19금 예능’으로, ‘매운 맛’ 사연들을 소개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충격적인 사연들이 소개되면서 선정적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럼에도 메인 MC 최화정을 주축으로 안선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이용진 홍진경까지 5명의 출연진이 주인공의 사연에 진심으로 분노하고, 때론 속 깊은 조언을 나누며 ‘야하기만 하다’는 선입견을 서서히 지워나갔다. 방송 1주년을 맞은 애로부부의 출연진,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진 채널A PD, 정은하 스카이 TV PD를 29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났다.
이들이 꼽은 애로부부의 인기 비결은 재미다. 최화정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사람이라고 하지 않나. 사람의 무섭고 리얼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희도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를 보면서 잠시도 한눈팔 수 없게 몰입된다.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현실을 다루기에 1년간 장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너무 심각해 실제 사연이 맞냐고 의심하기도 했다”는 안선영은 “제작진이 미리 대본을 주지 않는다. 녹화 현장에서 처음 사연을 접하기 때문에 방송인이 아니라 정말 한 인간, 엄마, 아내의 입장에서 진솔한 리액션을 하게 된다”고 했다.
기혼자들은 애로부부를 함께 시청하면서 그간 쌓였던 갈등을 대화로 풀기도 한다. 김 PD는 “애로부부의 사연을 보고 ‘당신도 혹시 그래?’라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분들도 있다”며 “인터넷의 익명에 기대지 않고 솔직하게 부부가 얼굴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게 프로그램 취지였다. 그 의도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했다. 홍진경은 “예전엔 남편의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게 반응했지만 애로부부 속 사연을 보면서 이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 남편과 사이가 정말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애로부부를 통해 금기시됐던 결혼과 이혼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양지로 나와 소통의 대상이 되고, 통념이 바뀌어 가길 바란다. 양재진 전문의는 “이혼을 극단적인 해결책이라고 여기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사연을 보낸 분에게 가장 도움이 되고, 그분이 가장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 이혼이라면 이를 제안한다. 선택은 그분의 몫이다”라고 했다. 홍진경은 “애로부부는 제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과 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공부가 되는 콘텐츠다. 앞으로도 그런 가치를 담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