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장관으로 오늘 바티칸 출국… “교황, 남북화해 도움 줄 뜻 밝혀 백신-식량 지원도 논의할 문제” 靑, 남북관계 개선 교두보 기대 文대통령, 별도 메시지 전달한 듯… 이산가족 추석 화상 상봉 추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직 수행을 위해 30일 바티칸으로 떠나는 유흥식 대주교는 출국 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황과 만나 북한 주민,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2018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유 대주교의 모습. 천주교 대전교구 제공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방북 추진 등 남북 협력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교황의 방북이 남북 대화 국면에서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유 대주교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9월 추석 전후로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추진해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남북 통신선 복원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남북 대화 재개 움직임에 일단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당장 북한에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 “교황 방북 문제 먼저 논의”
유 대주교는 바티칸으로 떠나기 전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황과 만나면 우선 남북 화해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협의하겠다”며 “교황이 이미 의사를 밝힌 방북 문제도 당연히 먼저 말씀을 나눠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방북 의사를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유 대주교는 또 “교황은 ‘같은 형제, 자매가 갈라져서 왕래 없이 지내는 게 가장 슬픈 일’이라고 여러 번 제게 말씀하셨다”며 “70년 동안 형제, 자매가 헤어져 지내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직접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유 대주교에게 교황에게 전달할 별도의 메시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은 유 대주교의 장관 임명 직후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이라 기대가 크다”고 환영했고, 12일 청와대에서 유 대주교와 면담을 가졌다.
○ 靑, 이산가족 화상 상봉 추진
청와대와 정부는 유 대주교의 바티칸행이 교황 방북에 물꼬를 터 남북 협상 가속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는 9월 추석 무렵 이산가족 상봉 등의 진전된 조치를 성사시켜 궁극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화상 상봉은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이자 당면한 코로나 상황에서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실효적인 방식”이라며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가장 시급한 인도적 사안으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앞으로 남북 간 협의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를 위한 남북 간 고위급 화상 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27일(현지 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성명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상봉이 어렵다면 화상 상봉을 마련해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가족과 대화하고자 하는 소망을 이뤄주는 것이 남북 정부의 분명한 책임”이라며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사안일 뿐 아니라 가족 보호를 명시한 세계인권선언상의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이 남북 통신선 복원에 대한 지지 표명과는 별개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