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언론노조 등 공동 성명…與 “육참골단” 8월 입법 독주 예고 언론 영향력 평가로 정부광고 집행, 미디어바우처법도 9월 처리 방침 野 “언론자유 강조한 文이 답해야”… 윤석열측도 “반헌법적 언론봉쇄”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언론중재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더불어민주당이 추가 입법 강행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중재법에 대해 언론단체들이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보도지침과 유사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는 법(신문법)과 언론 영향력 평가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는 법(일명 ‘미디어바우처법’)도 밀어붙이기로 했다.
○ 與, 8월 입법 독주 선전포고
민주당 관계자는 29일 “언론개혁 관련 법안 처리가 지체돼 온 만큼 8월 상임위원장이 야당으로 바뀌기 전에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강하다”며 “언론중재법뿐 아니라 신문법 등도 우선순위에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과 국민이 참여하는 언론 영향력 평가 결과를 다음 해 언론사에 대한 정부 광고 집행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은 미디어바우처법을 다음 수순으로 정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육참골단(肉斬骨斷·살을 내주고 뼈를 끊는다)의 각오로 야당의 입법 바리케이드를 넘어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법, 미디어바우처법, 신문법 등 입법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며 개혁 법안들의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달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 전까지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다만 새로 제정되는 미디어바우처법은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해 9월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 野 “盧 살아계셨다면 언론법 개정에 개탄할 것”
국민의힘은 여당의 언론 입법 폭주를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의 다양성을 확보해 국민이 취사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관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언론의 입을 가로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언론관은 매우 차이가 크다”며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지금 언론법 개정에 개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애당초 이 정권의 목표는 자신들을 조금이라도 비판하거나 허물을 지적하는 이들을 ‘적폐’로 규정하고 말살해 자신들의 정권을 연장하는 것이었다”며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던 대통령이 답해 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도 이날 성명을 통해 “검찰 봉쇄에 이어 언론 봉쇄가 시작됐다”며 “반헌법적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 악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위 전문위원들도 언론중재법에 우려를 표했다. 언론중재법 상임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이상헌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은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데 대해 “명예훼손 등에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에서 형벌적 성격을 띠는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경우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다”며 “언론사의 자기 검열이 과도하게 강화돼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언론단체들 “전두환 독재 시절 보도지침과 유사”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관련 단체도 이날 “위헌적 법률 개정을 중단하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언론중재법의) 일부 조항은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정치권력이 언론의 기사 편집과 표현을 일일이 사전 검열하던 보도지침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며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치·자본 권력의 언론 봉쇄 도구로 변질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민주당 스스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이 단체들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대안에 대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각자가 서로 상충되고 입법 목적도 모호한 법안들을 남발하다 어떤 공론 절차도 없이 내부 논의만으로 단일안(대안)을 만들었다”며 “언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위헌적 대목이 넘쳐난다”고 비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