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력 높은 델타 변이 등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가 다시 방역에 고삐를 조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미 서방국은 물론, 접종률 낮은 중동 국가들까지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마스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울 ‘절대무기’가 되는 모습이다.
◇미국, 접종자도 마스크 착용·백신 접종 의무화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자라도 감염률 높은 지역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재개를 권고한다면서 각 지역 당국의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대상 지역은 최근 일주일 내 검진 10만건당 100명 이상이 신규 확진된 ‘높은 전염률’을 보인 지역과 50명 이상인 ‘상당한 전염률’을 보인 지역으로 명시했는데, 전체 카운티의 67%가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초·중·고(K-12)교 및 유치원 교사와 학생은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전반적인 실내 마스크 착용이 권고된다.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간접적인 의무화와 인센티브 제공도 동시 추진한다. 연방 공무원은 백신 접종 증명서를 내지 못할 경우, 매주 코로나19 음성 진단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또 백신을 맞으면 100달러(약 11만원)를 주는 현금 지원책도 내놨다.
지역 당국과 민간 차원의 협조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시는 9월 13일부터 시 공무원들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받고, 100달러 지급안은 30일부터 바로 시행한다. 디즈니랜드는 직원과 방문객에 대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재개했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 직원의 백신 접종 의무 방침을 세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6만5761명, 사망자는 268명으로 집계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신규 확진자는 전주 대비 131% 증가했지만,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내 백신 완전 접종자는 전체의 49.8%에 그친다. CDC에 따르면 미국의 델타 변이 검출률은 약 80%다.
◇영국 다시 3만명대로…‘위드 코로나’ 미뤄질 듯
백신 완전 접종률 56.4%(아워월드인데이터)를 기록한 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자율에 맡긴 영국의 확진자 수도 이날 다시 3만 명대로 올라섰다.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라는 전대미문의 실험으로 전 세계의 주목 속에서 일주일간 주춤하던 확진세가 반등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감염자는 많지만 이전 유행에 비해 입원율과 사망률은 훨씬 낮다며 경제 개방 결정을 정당화한 바 있다. 그러나 ‘낮은 사망률’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영국은 올초 1600명 넘는 사망자를 냈는데 이 수치가 최근 100명 안팎으로 줄었을 뿐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한국의 사망자가 5명 이하로 유지되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무모한 실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확진자가 다시 늘고 한동안 백신 접종으로 느슨해졌던 방역의 고삐를 조이는 국가가 늘면, 영국의 방역 수준도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다. 인근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2만5000명 이상 확진과 두 자릿수 사망이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최근 “영국은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지난주 방역 완전 해제로 발생할 수 있는 확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백신 부족’ 중동 파고든 델타 변이
백신이 부족한 나라들은 마스크밖에 싸울 수단이 없다. 중동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카타르 등 일부 부유한 국가를 제외하면 낮은 백신 보급률과 높은 코로나19 관련 사망률을 견뎌왔는데, 최근 델타 변이 침투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적 확진 기준으로는 터키가 세계 7위로 중동에서 가장 높고, 일일 확진으로는 이란이 세계 5위 수준이다. 두 국가 모두 인구 규모는 8500만 수준으로 비슷하다.
이란은 지난 27일 확진자가 3만4951명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전일 기록(3만1814명)을 경신했다. 29일에도 3만4433명이 확진, 수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란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최대 피해국 중 하나였으며, 최근 감염력 높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5차 유행으로 중동의 주요 팬데믹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이란 보건당국은 현재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지키는 국민이 전체 40%에도 못미친다며 방역 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정부의 느린 백신 접종 속도를 지적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터키도 최근 심상치 않은 확진세를 보이고 있다. 터키는 지난 4월 중순 일일 확진 최고치(6만3000여명)를 찍고 이후 엄격한 봉쇄 조치로 지난 4일 4418명까지 수치를 떨어뜨렸는데, 지난 20일부터 4일간 치러진 이슬람 최대 명절 희생제(이드 알 아드하)를 기점으로 반등했다. 터키의 29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2161명, 사망자는 60명이다.
이라크도 희생제 종료 닷새 만인 29일 신규 확진자가 1만3259명으로 역대 최대치(1만2185명)를 하루 만에 경신했다. 사망자도 49명 발생하며 비상이 걸렸다. 이라크의 인구 규모는 4100만 명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성명을 내고 델타 변이가 모로코에서 파키스탄에 이르는 중동 22개국 가운데 15개국에서 기록됐다며 경각심을 높였다.
WHO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기준, 중동 지역의 백신 접종률은 5.5%에 그쳤다. 지난달 확진 사례는 55% 증가했으며 사망자는 전월 대비 15% 증가했다. 매주 31만 건 이상의 신규 확진과 3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올림픽발 대유행’ 일본, 전국 긴급사태 발령하나
‘세계의 축제’가 돼야 할 ‘2020 도쿄올림픽’의 무대 일본은 올림픽 개막과 동시에 연일 역대 최대치를 경신,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29일 오후 집계한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1만699명으로, 전일 경신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올림픽이 한창인 도쿄도의 확진자 수도 3865명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림픽 개최 전날 도쿄의 확진자는 1979명, 일본 전역은 5397명이었는데 일주일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30일 도쿄에 발령돼 있는 긴급사태 기간을 8월 말까지 연장할 전망이다. 정식 결정은 오는 30일 전문가 회의와 국회 절차를 거쳐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사회는 긴급 성명을 내고 긴급사태 범위를 일본 전역으로 넓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병상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고, 향후 감염자 수가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웃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