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Fulfillment). 물류 업체가 판매자 대신 주문에 맞춰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한 뒤, 배송까지 마치는 방식이다. 즉, 주문한 상품이 물류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배달 완료되기까지의 전 과정(판매 상품의 입고, 보관, 제품 선별, 포장, 배송, 교환·환불서비스 제공 등)을 일괄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 아마존이 제공하는 ‘FBA(Fulfillment By Amazon) 서비스’가 있다. 아마존은 1999년 풀필먼트 개념을 도입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선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풀필먼트로 제공했으며, 이베이코리아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풀필먼트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보다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제조사 - 물류 - 고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유연하게 대처한다. 택배를 예로 들어보자. 택배사는 고객에게 제품을 배송하기 위해 각 제조사로 찾아가 제품을 받고(제조사가 포장까지 해놔야 한다), 이를 다시 물류센터로 가져와 배송지역을 분류한 뒤, 물류센터에서 고객에게 배송한다. 이 과정에서 미리 제품을 물류센터에 가져다 두고, 물류센터에서 포장까지 마무리한 뒤, 물류센터에서 주문을 확인해 배송처리 한다면 어떨까.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 출처: 아마존
중간 과정 한두가지가 사라질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고객이 제품을 받는 시간은 대폭 줄어든다. 물리적인 거리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 물류센터에서 배송에 필요한 앞선 과정을 모두 처리한다면, 남는 것은 보내는 과정밖에 없다. 주문 확인하고, 포장하고, 물류센터로 보내고, 물류센터에서 분류하고… 이 과정이 사라진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당일배송, 새벽배송, 로켓배송이다.
혹시 가상주방을 아시나요?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래식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린다.
래식 김한성 대표, 출처: IT동아
김한성 대표(이하 김 대표): 가상주방 플랫폼 서비스, 쿡썹을 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정확히는 Cook’s Up이다.
(대화를 나누자마자 질문부터 던졌다. 가상주방?)
프랜차이즈 업체도 비슷하다. 일련의 과정을 체계화했을 뿐이다. 본부를 설립하고, (프랜차이즈를) 광고하고, (지점주를) 모집하고, (지점주와) 계약한 뒤, (식자재를) 공급한다. 이후에는 관리도 해줘야 하고.
쿡섭은 이 같은 과정을 가상주방 기반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유명 식당이 손쉽게 지점을 확장하고, 직원을 교육하고,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IT동아: 그게 앞서 말한 ‘가상주방’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인가.
김 대표: 맞다. 가상주방이란, 식당(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식당주인(경영주)이 기존 주방시설을 활용하면서 지점을 확장해나가는 형태를 말한다. 한 공간에 여러 사업자가 모여 운영하는 공유주방과는 다르다. 방금 예를 들었던 함흥식당을 예로 들어보자. 부산에 지점을 낼 때 가상주방을 이용한다면, 장소 찾고, 간판 달고, 모객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주방시설을 설치한 가상주방에 가서 레시피를 전달하면 바로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
IT동아: 아…, 맞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배달음식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기도 했고.
김 대표: 오프라인 매장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만든다. 주방시설을 새로 구비해야 하고, 간판 달고, 내부 인테리어도 해야 한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다면, 임대 비용도 무시못한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직원(주방장)도 꼼꼼하게 찾아야 하고, 주고받는 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혹여 장사가 잘되기 시작해 먼거리에서 차를 가지고 오는 손님이 늘었다면? 주차장도 마련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래식의 쿡필먼트 서비스 개요, 출처: 래
그런데, 달라졌다. 이제는 손쉽게 집에서 터치 몇 번이면 똑같이 맛있는 음식을 배달받아 먹을 수 있다. 시대가 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부 활동이 확실히 줄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외식사업은 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가상주방이다.
래식은 이러한 가상주방을 플랫폼 서비스로 제공하고자 한다. 쿡필먼트라고 부르는 이유다. 사람들이 주문하는 상품을 집 앞까지 배송하는 일련의 과정을 한번에 제공하는게 풀필먼트라면, 쿡필먼트는 사람들이 주문하는 음식을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고객과 외식업자 사이에 위치한 래식
IT동아: 듣고보니… 상당히 의미있는 BM으로 보인다.
김 대표: 상황이 많이 변했다. 기존 외식사업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바뀌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출시 이후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외식 문화가 바뀌었다. 맛있는 음식을 위해 무조건 밖으로 나가 맛집을 찾아간다? 아니다. 집에서 또는 회사에서 아니면 휴가지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 번거롭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외식을 즐기는 방법이 바뀐 셈이다.
가상주방, 쿡필먼트는 그렇게 생각한 아이디어다.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으니, 제공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가상주방 거점을 중심으로 맛있는 음식을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다면, 그리고 기존 외식사업자에게 손쉽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래식 쿡필먼트 서비스 쿡썹 비즈니스 모델, 출처: 래식
IT동아: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을텐데.
IT동아: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을텐데.
김 대표: 가상주방을 세우는 것은 기존 식당이나 외식업이 갖추고 있는 주방시설만 이용하면 된다. 매장은 필요없다. 주로 배달이다. 배달하는 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이미 배달 문화는 스마트폰 속에 안착해있다. 실제 조리에 대해서는 가상주방을 통해 해결하게 되는데, 쿡썹이 제공하는 전문 설비와 훈련된 전문 조리인력을 통해 정확한 레시피 재현이 이뤄진다.
쿡필먼트에 중요한 것은 각각 세분화되어 있던 기존 외식 관련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데 있다. 주문을 받고, 주문대로 빠르게 음식을 만들고, 만든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배송업체에 연락하고, 배송업체가 빠르게 고객에게 배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러한 과정을 하나의 서비스,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하는게 중요하다. 이를 묶는 IT 시스템이 중요한 셈이다.
IT동아: 음식을 주문하고 받는 고객보다 외식업자에게 필요해 보인다. 래식의 쿡필먼트는 B2C 모델이라기 보다 B2B에 가까운 것 같은데.
김 대표: 정확하다. 기실 외식업자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오히려 손쉽게 지점을 더 확장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맛집을 운영하던 사업자가 강남구에 진출하고자 할 때 쿡썹을 이용한다면, 손쉽게 배달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다. 음식은 마포구에서 조리해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강남구 인근 어딘가에 위치한 가상주방에서 만들어 출발할 테니까.
외식업자 입장에서는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음식을 더 많은 곳에서 만들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 고객은 원하는 음식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고. 가상주방을 만들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요리하는… 필요한 과정은 래식이 제공해준다.
래식 김한성 대표, 출처: 래식
IT동아: 듣다보니 가상주방 한 곳에서 여러 프랜차이즈 음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김 대표: 맞다. 차라리 프랜차이즈 음식이 더 쉽다. 유명 요리사가 직접 솜씨를 발휘해 직영으로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음식은 조리 과정이 쉽다. 맛이 있다,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직원들이 빠르게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각 프랜차이즈 업체가 레시피를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개발하기 때문이다. 조리하는데 하루나 이틀 걸리는 음식이라면, 어떻게 수많은 고객에게 빠르게 제공할 수 있겠나.
이 말을 거꾸로 생각하면, 가상주방에서 여러 프랜차이즈 음식을 조리하더라도 숙달하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유주방은 여러 사업자가 모여 각각의 음식을 만든다면, 가상주방은 한 사업자가 여러 외식업자의 음식을 만드는 셈이다.
설비 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입니다
IT동아: 정리해보자면, 가상주방을 설치하는 위치가 중요할 것 같은데.
김 대표: 상권분석이 필요하다. 아무 곳에나 덜컥 주방시설을 들여다 놓고 여기 가상주방 있습니다 할 수는 없지 않나(웃음). 정보를 찾았다. 중점적으로 찾은 것은 배달 정보다. 어느 지역에서 배달을 많이 시켜 먹는지. 주로 어떤 음식을 먹는지. 주문량은 얼마나 되는지. ㈜푸드노트서비스의 장부대장, 서울먹거리창업센터 등과 이 부분에 대해서 협업하고 있다.
출처: 래식
2018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식품외식산업 주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외식 산업 규모는 138조 원에 달한다. 이중 2019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외식 배달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이고. 성장 가능성 만큼은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가상주방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을 때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 모델을 가정해 실제로 적용을 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주변 지역 상품 요구도를 찾아 브랜드를 유치하고, A 가상주방이 바쁠 때 B 가상주방이 해결하는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기존 외식산업에서 수행할 수 없던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먹거리창업센터를 방문한 래식 김한성 대표(좌), 출처: 래식
IT동아: 문득 대표님 과거에 궁금해지는데.
김 대표: 외식업계에 7년 정도 있었다. 쿡앤리빙 대표, 가츠린 외 6개 외식 브랜드를 런칭했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에 전국 42개 매장을 연결시켜주기도 했고. 외식업계에 있으면서 고객감소가 계속 이어지는 현상을 보며, 지금의 래식을 설립했다.
지난 경험을 통해 래식을 설립할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 있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가맹점 관리였다. 전체 리소스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가맹점 관리다. 특히, 외식업계는 다른 산업과 달리 효율적인 분업화가 잘 안된다.
뭔가 새로운 앱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기획자가 있고, 디자이너가 있고, 개발자가 있다. 각각 분업해서 일을 처리한다. 외식업은 어떤가. 식당주가 요리도 하고, 경영도 하고, 홍보도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한다. 음식 맛있다고 손님이 찾아오나? 아니다. 신경써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분업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스타트업, 쉽지 않은 도전
IT동아: 창업한다는 것은 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텐데.
김 대표: 매일매일이 어려웠다(웃음). 그래도 하고 싶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백화점, 마트 등과 협력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배달 음식을 직접 제공하는 사업 아닌가. 배달 시장은 오프라인 매장과 확실히 달랐다. 이 간극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래식 가상주방, 출처: 래식
한 예로, 매장이 잘 되는 상권은 배달이 죽는다. 뭐… 당연한 얘기다. 배달이 잘되는 곳은 오피스텔이나 빌라가 많이 모여 있는, 1인가구가 많은 지역이다. 초기에는 거주자가 많은 대형 아파트 단지를 열심히 주력했는데, 오히려 아니더라. 배달은 배달 나름의 상권이 있다. 그때부터 생각을 바꾸고 전략을 바꿨다.
쿡필먼트는 이제 알리는 단계다. 풀필먼트는 차라리 낫다. 규모가 큰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포장과 배송에 집중해 물리적인 거리를 넓힐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은 다르다. 조리하고, 식지 않도록 배달하는 한계 거리가 있다. 가상주방을 세울 수 있는 거리 간극을 조절해야 한다.
최근 킹고스프링과 액셀러레이터 계약을 체결한 래식, 출처: 래식
그래도 다행히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초기창업패키지 사업, 신용보증기금 스타트업네스트 9기,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CJ오벤터스 4기, 신한오픈이노베이션 하이트진로, IBK창공 등에 선정됐고, 킹고스프링과 액셀러레이터 계약도 체결했다.
아직 준비할 것이 많다. 가상주방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금도 필요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브랜드도 더 찾아야 한다. 능숙하게 요리할 수 있는, 주방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직원도 많아야 하고, 주문/배송 데이터도 더 정제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래식이 만들어갈 쿡필먼트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