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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내년 2월 베이징 정상회담 띄우고…靑은 “아직은 너무 먼 미래”

입력 | 2021-07-30 20:37:00


여권 일각에서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만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며 조심스런 반응이다. 북한이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에는 합의했지만 추가 협력에 나설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벌써 내년 2월을 구상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것. 그에 앞서 미국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작업부터 만만치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 내년 2월 베이징 정상회담 띄우는 여권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29일 뉴스1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한 번 더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며 “가능성이 제일 높은 시기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라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하려는 마음이 반드시 있을 테니 그 시기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 정상회담 적기라는 분석에 대해 “그렇게 볼 수 있다”며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잃어버렸던 남북관계 10년을 되찾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여권에선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등으로 일단 남북 정상이 만나겠다는 신호는 어느 정도 주고받은 것이 베이징 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30일 “정상 간 신뢰에 기반 한 실천적 조치들이 이번 연락채널 복구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남북 정상이 만남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내년 2월쯤이면 대면 회동의 모양새가 갖춰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靑 “아직은 너무 먼 미래” 신중론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베이징 정상회담 등 관련해 “정치권에선 당연히 그런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확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신중론이 나오는 건 우선 북한이 통신선 재개 말곤 추가적인 움직임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가장 기본적인 우리의 인도지원을 북한이 받을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최소한 정상회담은 고위급 회담부터 성사시킨 뒤 논의하는 게 수순”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빌미로 ‘비싼 청구서’를 내밀어 자칫 ‘대북 퍼주기’ 여론부터 조성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로 이날 통일부가 물자의 종류, 지원 주체 및 시기 등을 밝히지 않고 2건의 대북 물자 반출 신청을 승인한 것을 두고도 일각에선 남북협력 추진의 투명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계획을 두고도 벌써부터 비판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베이징 올림픽이 내년 3·9대선을 한 달여 앞둔 2월 4일부터 열리는 만큼 정상회담 추진이 자칫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평화 이벤트라는 청와대와 정부의 의도와 관계없이 ‘대선용 이벤트’라는 정쟁에 매몰될 있는 만큼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반응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2월에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도 우리 대선에 영향을 주려고 부담스러운 조건을 마구 던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들기 전 일단 미국부터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북한에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여전히 변함이 없다. 결국 최종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미국부터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하는데 우리가 남북 정상회담에만 매몰되면 미국이 관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남북 정상회담만 바라보다 미국을 협상장에 부르지 못하면 북한의 청구서는 모두 우리에게 향할 것”이라며 “결국 정상회담이라는 포장에 현혹돼 우린 아무 것도 챙길 게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