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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올림픽 영웅 스무살 안산 향한 ‘온라인 학대’ 제정신인가

입력 | 2021-07-31 00:00:00


여자 양궁 안산 선수(20)가 2020 도쿄 올림픽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올랐다. 혼성단체와 여자단체 금메달에 이은 쾌거다. 올림픽 3관왕은 우리나라 양궁 역사상 남녀를 통틀어 처음이다. 여름올림픽 3관왕도 최초다.

그는 4강과 결승에서 연이어 피 말리는 슛오프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화살 하나로 승부가 결정되는 긴장의 순간에도 심박수 80∼100bpm의 침착함을 유지하며 두 번 모두 10점 만점을 쐈다.

한국 스포츠 사상 올림픽 최다관왕 타이기록의 ‘국가적 영웅’ 안산 선수는 앞선 두 개의 금메달을 딴 뒤 온라인에서 느닷없는 비난 공세에 시달렸다. 쇼트커트(짧게 자른 머리 스타일)라는 엄연한 개인의 취향을 두고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여대에 쇼트커트이면 무조건 페미(페미니스트)”, “페미의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들이 나왔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이성을 잃은 이런 황당한 행태는 해외 언론들의 비판적인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현상을 ‘온라인 학대’로 명명한 뒤 “젊은 한국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AFP는 “한국은 세계 12위 경제대국이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사회”라고 지적했다. 소수의 그릇된 행동이 국가 이미지 실추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성 혐오 같은 억지 주장을 외면하거나 무시해온 측면이 있다. 이제는 디지털 공간의 혐오 표출과 부당한 공격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

안산 선수는 양궁 3관왕에 오른 후, 긴장되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속으로 ‘쫄지 말고 대충 쏴’라고 혼잣말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고 했다.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보이던 그도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진 후에는 눈물을 보였다. 대한민국 양궁 역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를 더한 스무 살 안산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