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 시간) 김 의장의 순자산을 134억 달러, 약 15조4000억 원으로 집계했다. 기존 재산 1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1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 들어 카카오 주가가 90% 오르면서 김 의장 재산은 60억 달러 이상 급증했다. 외신들은 자수성가한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의 스토리를 한국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의 한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같은 벤처 신화가 나오자 각별한 의미를 두는 것 같다.
▷2000년대까지 한국 부자 순위는 거의 고정이었다. 삼성 현대차 롯데 등 대기업 오너들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후 가세한 부자가 김 의장을 비롯해 서정진 셀트리온 전 회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비전제시 최고책임자(CVO), 김정주 NXC 대표, 김범석 쿠팡 의장 등이다. IT 바이오 기업인들이 단기간에 한국 부자 10위권의 절반을 바꿔 놨다. 한국의 산업 변신이 놀랄 만큼 빠르다.
▷평범한 사람에게 한국 1위 부자는 남의 일이다. 하지만 부자는 되고 싶다. 수십억 자산가도 남들이 자신을 부자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고, 그보다 재산이 적은데 스스로 부자로 느끼는 사람이 있다. ‘돈 철학자’로 불린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도록 해줄 정도의 재산을 가진 사람’을 부자로 정의했다. 사람마다 부자로 만들어줄 재산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 재산이 얼마이든 스스로 부자로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야 한다.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가와 사회 몫이다.
이은우 논설위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