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버락 오바마 지음·노승영 옮김/920쪽·3만3000원·웅진지식하우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제로니모 작전)을 진행 중이던 2011년 4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미 중앙정보국(CIA)과 대테러센터(NCT)에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감시 중인 사람이 빈라덴일 가능성을 평가하라고 지시했다. CIA는 그가 빈라덴일 가능성을 60∼80%로, NCT는 40∼60%로 각각 분석했다. 윌리엄 맥레이븐 합동특수전사령관을 비롯한 고위 군사 전략가들이 빈라덴 사살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실패 가능성을 완전히 피할 순 없었다. 대통령의 결단만이 남은 상황. 오바마는 신간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가능성을 평가할 더 나은 과정들을 마련할 수 없고, 나의 판단을 도와줄 더 훌륭한 사람들을 영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오바마가 자신의 대통령 재임 시절을 다룬 첫 회고록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임기 첫 2년 반 동안의 에피소드들을 솔직히 풀어냈다.
이 책을 읽으면 오바마가 임기 내내 정치적 반전이 없다는 이른바 ‘노 드라마(No drama)’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닌 이유를 알 수 있다.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가에게 달갑지 않은 수식어이지만, 오바마는 미국의 숙적 빈라덴 사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주저했다. 4개월의 숙고 끝에 “결국 확률은 반반이다. 시도해 보자”는 오바마의 결단으로 작전이 성공을 거두자 미국 사회에선 통합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상황에서 오바마는 행정부에 공을 돌리기에 앞서 “우리는 테러리스트를 죽여야만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