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개인종목 도마에서 여서정 선수가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여서정(19·수원시청)이 3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건 ‘여서정(난도 6.2)’ 기술을 처음 시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듣던 소리다. 결국 여서정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이 기술을 완벽히 성공시키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자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에 이은 한국 첫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이 탄생했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뜀틀 결선에서 5번째 순서로 나섰다.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은 뒤 힘차게 도약해 1차 시기부터 ‘여서정’ 기술을 시도했다. 착지에서 짧게 두 발이 밀리긴 했지만 감점 없는 거의 완벽한 연기였다.
대한민국 체조 여서정이 1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도마 결승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이날 예선 1위 시몬 바일스(24·미국)가 심리부담을 이유로 기권하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제이드 케리(21·미국·예선 2위)가 여서정의 바로 앞 순서에서 1차 시기 기술을 시도조차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 뒤였지만 여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서정이 1차 시기에서 15.333점(기술점수 6.2 수행점수 9.133)을 기록하며 이날 출전한 전체 선수의 기록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자 주변이 술렁거렸다. 전광판에 1위를 제칠 수 있는 타깃 포인트 기록이 14.833으로 찍혔다. 2차 시기 신청한 난도는 5.4로 평소 연습 때는 거의 실수가 없이 수월하게 해냈던 기술이라 큰 실수만 없으면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서정은 착지에서 세 발을 물러나는 실수로 14.333점(기술점수 5.4 수행점수 8.733)을 기록해 평균 14.733점으로 브라질의 레베카 안드레이드(15.083점), 미국의 미카일라 스키너(14.916점)에 이은 3위를 확정지었다.
대한민국 체조 여서정이 1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도마 결승에서 동메달을 확정지은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8.1/뉴스1
체조 선수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9살 체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올림픽을 꿈꿨던 소녀는 그렇게 한국 여자 체조 최초의 메달을 수줍게 목에 걸었다. 올림픽 메달을 따게 된다면 “침대에 누웠을 때 바로보이는 천장에 대롱대롱 달아놓고 잘 때, 일어날 때 매번 볼 것”이라던 그는 이제 매일 메달을 보며 잠들고 메달을 보며 눈을 뜨는 꿈에 그리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물론 딸의 바람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여 교수 역시 “딸이 더 유명해져서 내가 ‘서정이 아빠’로 불리고 싶다”던 바람을 이루게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